선고일자: 2021.03.11

형사판례

내 땅에 물 주려고 자물쇠 부쉈는데… 괜찮을까요? - 정당행위 이야기

이웃 간 토지 사용 문제로 다툼이 생겨, 결국 재물손괴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상황에서 '정당행위'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과 과수원 옆에서 대추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과수원에 관정(우물)을 설치하고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계약했지만, 이후 과수원 나무 때문에 피고인의 비닐하우스가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관정 사용을 막기 위해 자물쇠를 채웠고, 결국 피고인은 자물쇠를 부수고 물을 사용했습니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을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쟁점: 정당행위 인정 여부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당행위란,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형법 제20조) 대법원은 정당행위를 인정하기 위한 여러 요건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핵심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윤리,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인가?" 입니다.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대법원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긴급성과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장기간 법익 침해를 받고 있었고,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관정 사용을 방해하는 상황에서 다른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피고인이 자물쇠를 부순 행위의 동기나 목적, 수단과 방법, 법익의 균형성 등을 고려할 때 긴급성과 보충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핵심 포인트: 정당행위의 요건

대법원은 정당행위를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요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이유가 정당한가?
  •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행위의 방법이 적절한가?
  •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보호하려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더 큰가?
  • 긴급성: 당장 행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가?
  • 보충성: 다른 방법이 없는가?

결론

이 사건은 정당행위를 둘러싼 복잡한 법리를 잘 보여줍니다. 대법원은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즉, 긴급성이나 보충성의 정도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웃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법적인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위 사례처럼 정당행위가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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