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분쟁은 언제나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특히 연립주택이나 아파트처럼 다세대 주택에 살다 보면 더욱 그렇죠. 오늘 소개할 사례는 바로 이런 이웃 간 분쟁, 특히 수돗물 문제로 발생한 주거침입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윗집에 사는 피고인과 아랫집에 사는 피해자는 화장실 천장 누수 문제로 오랫동안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누수의 원인이 윗집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피고인은 건물 자체의 노후 문제라며 자신의 집만 수리하는 것을 거부했죠. 감정의 골이 깊어진 피해자는 결국 윗집으로 가는 수돗물 밸브를 몰래 잠가버렸습니다. 이 밸브는 피해자 집 주방 싱크대에 설치되어 있었거든요. 하루 종일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큰 불편을 겪은 피고인은 다음 날 아침, 피해자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밸브를 확인하고 열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피해자는 자신의 집에도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출입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를 밀치고 집 안으로 들어가 밸브를 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피고인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과연 피고인의 행동은 주거침입죄에 해당할까요?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정당행위(형법 제20조)**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윤리,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뜻하죠.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②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③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④ 긴급성, ⑤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부득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간 것이며, 피해자의 주거 평온을 심하게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치긴 했지만 다른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피해자 역시 피고인의 출입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피해자가 사건 당일 경찰에 피고인의 처벌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이 판례는 이웃 간 분쟁에서 정당행위를 인정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정당행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겠죠. 이웃 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부득이하게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 관련 법률과 판례를 잘 살펴보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동시에 타인의 권리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형사판례
밤늦게 고소 때문에 따지러 집에 무단 침입한 사람과 실랑이를 벌이다 상해를 입힌 경우, 정당방위로 인정되어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
형사판례
술에 취해 시비를 걸며 집에 억지로 들어오려는 옆집 사람을 밀쳐내 2주 상해를 입힌 경우, 정당방위로 인정되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형사판례
법에서 정한 '정당행위'는 긴급성, 보충성 등 5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며, 이 요건들의 충족 여부는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대추나무 농사를 위해 이웃 과수원 주인이 설치한 자물쇠를 부순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정당행위의 요건에 대한 판단을 잘못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했다.
형사판례
아파트 관리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새로운 관리회사 직원들이 업무를 위해 기존 관리회사가 설치한 자물쇠를 손괴하고 건물에 침입한 행위는 정당행위로 인정되었지만, 관리비 고지서를 빼앗거나 사무실 집기를 들어낸 행위는 정당행위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판단 누락으로 대법원이 판결을 파기하고 직접 판결했습니다.
형사판례
연인의 집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TV를 설치해주겠다고 속이고 들어간 행위가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연인의 집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가 TV를 설치했고 거주자의 평온을 해치지 않았다면 범죄 목적을 숨겼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형사판례
아파트 주민회의실을 사용하려는 주민들이, 회장이 설치한 자물쇠를 파손한 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주민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