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이 돈을 빌려간 사람(채무자)의 재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함부로 그 재산에 들어가도 되는지에 대한 법원 판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은행에서 회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회사 공장에 근저당을 설정했습니다. 회사가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자 은행 직원이 회사 공장에 무단으로 들어가 자물쇠를 바꿔버렸습니다. 과연 은행 직원의 행동은 정당할까요?
법원은 은행 직원의 행동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1. 정당행위란 무엇일까?
정당행위란, 일반적으로 위법한 행위지만 특별한 사정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말합니다. 정당행위로 인정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2004. 6. 25. 선고 2003도4934 판결 등 참조)
2. 은행 직원의 행위는 왜 정당행위가 아닐까?
은행 직원은 회사가 대출금을 연체하고 공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물쇠를 바꿨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고 해서 채권자가 마음대로 채무자의 재산을 점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단 점유는 위법한 행위입니다.
3. 법률의 착오란 무엇일까?
형법 제16조는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자신의 행동이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0도1696 판결, 2004. 11. 26. 선고 2004도660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은행 직원은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은행 직원이 자신의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은 채권자라 하더라도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채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채권 회수를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형사판례
아파트 관리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새로운 관리회사 직원들이 업무를 위해 기존 관리회사가 설치한 자물쇠를 손괴하고 건물에 침입한 행위는 정당행위로 인정되었지만, 관리비 고지서를 빼앗거나 사무실 집기를 들어낸 행위는 정당행위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판단 누락으로 대법원이 판결을 파기하고 직접 판결했습니다.
형사판례
이미 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되어 근저당이 설정된 공장 기계를 다른 곳에 몰래 옮겨 또 다른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
형사판례
아파트 주민회의실을 사용하려는 주민들이, 회장이 설치한 자물쇠를 파손한 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주민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
상담사례
저당물을 무단으로 옮기면 저당권자는 직접 반환 청구는 어려우나,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원래 위치로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형사판례
법에서 정한 '정당행위'는 긴급성, 보충성 등 5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며, 이 요건들의 충족 여부는 사건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대추나무 농사를 위해 이웃 과수원 주인이 설치한 자물쇠를 부순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정당행위의 요건에 대한 판단을 잘못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했다.
형사판례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법과 정관을 어기고 비회원에게 대출해준 것은, 그 돈이 회원인 직원들 상여금으로 쓰였다 하더라도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