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5.04.29

형사판례

내 맘대로 남의 공장에 들어가 자물쇠를 바꿔도 될까? - 근저당과 정당행위

오늘은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이 돈을 빌려간 사람(채무자)의 재산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함부로 그 재산에 들어가도 되는지에 대한 법원 판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은행에서 회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회사 공장에 근저당을 설정했습니다. 회사가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자 은행 직원이 회사 공장에 무단으로 들어가 자물쇠를 바꿔버렸습니다. 과연 은행 직원의 행동은 정당할까요?

법원은 은행 직원의 행동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1. 정당행위란 무엇일까?

정당행위란, 일반적으로 위법한 행위지만 특별한 사정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말합니다. 정당행위로 인정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이유가 정당해야 합니다.
  •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행위의 방법이 적절해야 합니다.
  •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보호하려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커야 합니다.
  • 긴급성: 급박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행위를 해야 합니다.
  • 보충성: 다른 방법이 없어야 합니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2004. 6. 25. 선고 2003도4934 판결 등 참조)

2. 은행 직원의 행위는 왜 정당행위가 아닐까?

은행 직원은 회사가 대출금을 연체하고 공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물쇠를 바꿨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부족: 은행 직원은 회사와 연락을 시도하지 않고 무단으로 공장에 침입하여 자물쇠를 손괴했습니다. 이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 법익 균형성 부족: 은행의 채권을 보호하는 이익보다 회사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불이익이 더 컸습니다.
  • 보충성 부족: 은행 직원은 다른 방법, 예를 들어 회사와 협의하거나 법적 절차를 통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고 해서 채권자가 마음대로 채무자의 재산을 점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단 점유는 위법한 행위입니다.

3. 법률의 착오란 무엇일까?

형법 제16조는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자신의 행동이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0도1696 판결, 2004. 11. 26. 선고 2004도660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은행 직원은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은행 직원이 자신의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은 채권자라 하더라도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채무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채권 회수를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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