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3.10.17

형사판례

아파트 주민회의실 자물쇠, 부수고 들어가도 될까요? - 정당행위 인정 여부

아파트 주민회의실 사용을 둘러싼 분쟁에서, 회의실 문에 걸린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간 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어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하 회장)과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회장의 선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요구했고, 주민회의실에서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회장은 이를 막기 위해 주민회의실에 별도의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 열쇠를 맡겨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결국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상황을 알리고 절단기를 빌려 자물쇠를 부수고 회의실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회장은 주민들을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쟁점: 정당행위 여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자물쇠를 부수고 회의실에 들어간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법질서 전체의 정신과 사회윤리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면 위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정당행위 성립 요건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도8530 판결,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도4378 판결 참조).

  •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해야 합니다.
  •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이 목적 달성에 필요하고 적절해야 합니다.
  •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보호하려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커야 합니다.
  • 긴급성: 긴급한 상황에서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을 때 행해져야 합니다.
  • 보충성: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어야 합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주민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주민들은 회의를 진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물쇠를 손괴했으며, 자물쇠 손괴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 주민회의실은 주민공동시설로서 관리사무소가 관리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회장은 자신의 권한 범위를 넘어 주민들의 회의실 사용을 부당하게 막았습니다.
  • 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 열쇠 보관을 요청하는 등 다른 방법을 시도했지만 무산되었고, 예정된 회의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자물쇠를 손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손괴된 자물쇠의 가치는 적은 반면, 주민들이 회의를 통해 얻고자 하는 이익은 컸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결론

이 판례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에서 정당행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비록 재물을 손괴하는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행위의 동기와 목적, 상황의 긴급성, 다른 수단의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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