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0.12.09

형사판례

내 통장이 사기 범죄에 이용됐어요! 그런데 난 장물취득죄가 아니라고?

통장을 빌려줬다가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은 내 통장이 사기 범죄에 이용되었지만 장물취득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자신의 통장이 사기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도 통장을 개설하여 타인(이하 갑)에게 양도했습니다. 갑은 이 통장을 이용하여 피해자(이하 을)를 속여 1,000만 원을 해당 계좌로 송금받았고, 피고인은 이 중 140만 원을 인출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을 사기방조죄와 장물취득죄로 기소했습니다.

쟁점

  1. 사기죄의 객체가 '재물'인지 '재산상의 이익'인지 여부
  2. 피고인의 행위가 장물취득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결

  1. 사기죄의 객체는 '재물'

을은 갑의 기망행위에 속아 현금 1,000만 원을 피고인의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이는 현금이라는 재물을 교부하는 방식이 계좌이체라는 형태를 띤 것일 뿐입니다. 즉, 을의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사기죄의 객체는 '재물'입니다.

  1. 장물취득죄 불성립

장물취득죄는 장물의 점유를 이전받아 사실상 처분권을 획득해야 성립합니다. (형법 제362조 제1항,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1366 판결) 이 사건에서 갑의 사기행위는 피고인이 계좌를 양도한 방조행위를 통해 갑에게 편취금이 귀속되는 과정 없이, 피고인이 을로부터 자신의 계좌로 돈을 송금받는 것으로 종료됩니다. 이후 피고인이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것은 예금주로서 은행에 예금반환을 청구한 것일 뿐, 갑으로부터 돈에 대한 점유를 이전받은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피고인의 인출행위는 장물취득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인은 사기방조죄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형법 제32조 제1항, 제347조 제1항, 제362조 제1항,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 제49조 제4항 제1호)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장물취득죄는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핵심 정리

  • 타인의 기망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현금을 특정 계좌로 송금한 경우, 사기죄의 객체는 '재물'입니다.
  • 계좌 명의자가 해당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행위가 곧 장물취득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장물의 점유를 이전받고 사실상 처분권을 획득해야 장물취득죄가 성립합니다.

이처럼 통장 대여는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타인에게 통장을 빌려주는 행위는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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