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실력을 믿고 맡긴 일을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면? 황당하고 배신감마저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내가 특정 전문가의 능력을 보고 계약을 했는데, 그 전문가가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겨버렸다면 계약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겁니다. 과연 이런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사례
김씨는 오랜 경력과 뛰어난 기술을 가진 유명 인테리어 업체 사장 박씨에게 아파트 인테리어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박씨의 포트폴리오와 섬세한 상담에 감탄한 김씨는 박씨와 도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된 후, 김씨는 현장에서 박씨를 볼 수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박씨는 다른 현장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제3의 인테리어 업체에 김씨의 아파트 공사를 맡긴 것이었습니다! 김씨는 박씨의 기망행위를 이유로 계약 취소를 요구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칙적으로는 계약 취소가 어렵습니다.
도급 계약에서 수급인(일을 맡은 사람)은 일을 완성하고 완성물을 인도할 의무를 집니다. 하지만 수급인이 반드시 직접 모든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일부 또는 전부를 맡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계약 당시 "수급인이 직접 작업해야 한다"는 특약이 있었거나, 일의 성질상 수급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이 직접 작업해야 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유명 화가에게 그림을 의뢰했는데 화가가 조수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면, 이는 계약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도 이러한 입장을 지지합니다.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다82545 판결) 수급인이 제3자를 이용하여 공사를 하더라도 계약 내용대로 공사가 이행되는 한 계약 위반이 아니며, 수급인이 제3자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도급인에게 알리지 않았더라도 이를 기망행위라고 볼 수 없습니다.
즉, 김씨의 경우처럼 단순히 다른 업체에 일을 맡겼다는 사실만으로는 기망행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결국, 김씨는 박씨와의 계약을 기망을 이유로 취소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수급인이 직접 작업해야 한다는 특약을 명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만약 특약이 없더라도, 수급인의 경력이나 기술을 보고 계약을 체결했다면, 계약 전에 수급인이 직접 작업할 것인지, 혹은 다른 사람을 통해 작업할 것인지 등을 명확히 확인하고 계약 조건에 반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사전 협의와 계약서 작성을 통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공사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제3자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계약 내용대로 이행했다면 계약 위반이 아니며, 제3자 이용 사실을 도급인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기망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
민사판례
공사가 약속한 기한 내에 완공될 수 없다고 명백해진 경우, 발주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시공자에게 상당한 기간을 주고 완공을 요구해야 합니다. 또한, 계약 해지 시 발주자가 지급해야 할 기성고(이미 완성된 공사 부분) 비율은 시공자에게 불리하게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민사판례
'턴키(설계시공일괄입찰)' 방식으로 계약한 자동화설비에 중대한 결함이 있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자, 발주자가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고 계약을 해제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사례.
상담사례
신축 주택에 중대한 하자로 붕괴 위험이 있고 보수가 불가능하다면, 철거 및 재시공 비용을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건물 신축공사 도급계약에서 부가가치세 환급 책임,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 및 면제 여부, 그리고 정액 도급에서 공사감리비 처리에 대한 대법원 판결.
상담사례
공사 지연 가능성이나 선급금 유용을 숨겼더라도, 그것이 보증계약 체결의 중요 사항이 아니면 보증계약 취소는 어렵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