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금융기관의 대손충당금 설정 방법과 휴면예금의 소멸시효에 대한 흥미로운 법원 판결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번 판결은 농협과 세무서 간의 분쟁을 다루고 있는데, 금융기관의 세무 처리와 휴면예금 관리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대손충당금 설정, 내 맘대로?
기업은 예상되는 손실에 대비하여 미리 비용을 계상하는데, 이를 '대손충당금'이라고 합니다.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로 빌려준 돈을 못 받을 경우를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아두죠. 그런데 이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을지는 법으로 정해진 한도 내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에서 농협은 대손충당금을 계산하는 방법을 법인세 신고 때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구 법인세법 제34조 제1항,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61조 제2항) 즉, 결산할 때 어떤 방법을 썼든 상관없이 세금 계산할 때는 가장 유리한 방법을 골라 쓸 수 있다는 거죠!
쉽게 말해, 농협은 결산 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대손충당금을 쌓았더라도, 세금 신고 때는 좀 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서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 농협의 휴면예금, 세금 내야 할까?
농협은 고객들의 휴면예금 중 일부를 5년이 지나면 자기 수익으로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무서는 이를 농협의 수익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했죠. 쟁점은 '휴면예금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가'였습니다.
법원은 농협이 고객의 예금 계좌에 이자를 넣어준 것은 예금의 존재를 인정하는 행위이며, 이를 통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68조 제3호, 상법 제64조) 고객이 인터넷 뱅킹 등으로 언제든 잔액을 확인하고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근거가 되었죠.
즉, 농협이 이자를 지급하고 잔액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휴면예금이라고 해도 농협 마음대로 수익으로 처리할 수 없고, 따라서 세금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핵심 정리
이번 판결은 금융기관의 회계 처리와 휴면예금 관리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휴면예금에 대한 소멸시효와 관련된 부분은 일반 예금자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내용입니다.
세무판례
회사정리절차 중인 회사의 관리인이 특수관계자에 대한 가지급금을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여 대손충당금을 설정했을 때, 이를 바로 특수관계자의 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가? 대법원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대손충당금 설정은 채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회수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회계상 손실을 반영하는 절차일 뿐이라는 것이 주요 논지입니다.
세무판례
돈을 빌려줬는데 못 받게 되었을 때, 세금에서 손해로 인정받으려면 장부에 제때 기록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나중에 기록을 고치는 것으로는 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세무판례
돈을 떼였을 때 회계상 '대손' 처리를 한다고 해서 바로 세금 혜택(손금산입)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회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만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보증을 서서 돈을 갚았을 경우, 원래 채무자에게 받을 돈(구상채권)이 있는데, 이 구상채권 역시 회수 불가능이 확실할 때만 대손 처리가 가능하다.
세무판례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은 시효가 완성된 사업연도에 대손처리해야 하며, 이후 사업연도에 처리할 수 없다. 또한, 어음 소멸시효 완성 채권은 별도의 강제집행 불능 조서 없이도 대손 처리가 가능하다.
세무판례
원래 없었던 가짜 채권을 나중에 없앤 것을 대손처리해서 세금을 줄일 수는 없으며, 과거 회계 오류를 정정할 때는 오류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해야 한다는 판결.
세무판례
여신전문금융회사가 합병될 때, 피합병회사가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아도, 합병회사가 나중에 설정해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입니다. 이는 회계상,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