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1.04.23

형사판례

단체 조퇴, 무조건 업무방해일까?

직장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조퇴하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행위는 무조건 업무방해로 처벌받을까요? 오늘은 단체 조퇴와 업무방해죄의 관계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개요

한 회사의 노조 위원장과 조합원 2명이 다른 조합원 1명과 함께 노동관련 집회 참석을 이유로 3시간 정도 조기 퇴근했습니다. 이로 인해 회사 업무에 지장이 생겼고, 이들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이들의 행위를 업무방해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단체 조퇴가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쟁의행위 목적 여부"와 "위력 행사 여부"를 제시했습니다.

  • 쟁의행위 목적 여부: 만약 근로조건 개선 등 쟁의행위의 목적 없이, 단순히 다른 목적을 위해 다수의 근로자가 집단적으로 조퇴하거나 결근하여 업무에 지장을 준다면 업무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4조, 노동쟁의조정법 제3조). 이런 경우, 다수 근로자의 집단 행동 자체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위력)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위력 행사 여부: 형법 제314조에서 말하는 '위력'이란 폭행, 협박뿐 아니라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전체 근로자 50명 중 29명이 노조에 가입했고, 생산직 근로자는 28~29명 정도인 회사에서 노조 위원장 등 3명이 조합원 1명과 함께 3시간 정도 조퇴한 것만으로는 곧바로 '위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단순히 여러 명이 함께 조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회사 규모, 조퇴한 사람들의 직책 및 업무 중요도, 조퇴로 인한 업무 차질 정도 등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노조 위원장 등의 조퇴가 회사 업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이들의 조퇴가 회사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제압할 만한 세력 행사였는지 등을 더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대법원 1991.1.23. 선고 90도2852 판결).

결론

이 판례는 단체 조퇴가 무조건 업무방해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업무방해 여부는 쟁의행위 목적, 위력 행사 여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형사판례

노조의 쟁의행위, 어디까지 허용될까?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라도 정당성을 벗어나 회사 업무를 방해하면 실제 업무 방해 결과가 없더라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또한, 노조 간부의 지시에 의한 공동정범 형태도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쟁의행위#정당성#업무방해죄#공동정범

형사판례

동료 구속에 항의하는 집단행동, 쟁의행위일까? 업무방해일까?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구속된 동료의 석방을 요구하며 집단 조퇴, 월차 사용으로 결근, 집회를 한 경우, 이는 노동쟁의조정법상 쟁의행위가 아니며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구속근로자 석방#집단 조퇴#결근#업무방해죄

형사판례

철도노조 안전운행투쟁, 업무방해죄일까?

철도노조의 안전운행투쟁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룬 판례로, 대법원은 안전운행투쟁의 목적이 부당하다는 이유만으로 업무방해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 파업 등 쟁의행위는 위력의 요소를 포함하지만 헌법상 기본권이므로,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철도노조#안전운행투쟁#업무방해죄#파기환송

형사판례

야근 거부, 쟁의행위일까? -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

근로자들이 합의된 연장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쟁의행위에 해당하지만, 그 쟁의행위가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연장근로 거부#쟁의행위#정당성 요건#업무방해죄

형사판례

노조의 구조조정 반대 파업, 업무방해죄일까?

이 판례는 기업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의 정당성과 그 파업이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를 다룹니다. 구조조정 반대 자체를 목적으로 한 파업은 원칙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지만, 설령 파업의 목적이 정당하지 않더라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위력' 행사가 있어야 합니다.

#구조조정 반대 파업#정당성#업무방해죄#위력

형사판례

근무시간 중 노조 임시총회, 쟁의행위 찬반투표… 업무방해일까?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위해 근무시간 중에 노조 임시총회를 열고 짧은 여흥 시간을 가진 것이 노조의 정당한 활동으로 인정된 사례.

#근무시간#쟁의행위 찬반투표#노조 임시총회#정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