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9.02.26

민사판례

대리권 없는 직원과 맺은 보증계약, 효력 있을까? - 표현대리와 정당한 이유

회사 직원이 대표님 몰래 회사 인감을 사용해서 보증을 섰다면, 그 보증은 효력이 있을까요? 오늘은 대리권 없는 사람과 맺은 계약이라도 특정 조건에서는 효력이 인정되는 표현대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특히 금융기관과의 보증계약에서 '정당한 이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 회사의 직원 B는 대표이사의 허락 없이 회사 인감을 사용하여 C 저축은행 계열사인 D 저축은행과 보증계약을 체결했습니다. B는 회사 상무였지만 법적으로 대표이사를 대리할 권한은 없었습니다. D 저축은행은 B가 건네준 서류만 믿고 대표이사의 자필 서명이나 보증 의사 확인 등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에 A 회사는 보증계약의 무효를 주장했고, 법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쟁점: 표현대리 성립 여부

이 사건의 핵심은 B의 행위가 표현대리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표현대리는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을 때, 상대방이 그 사람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본인에게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민법 제126조)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D 저축은행이 B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 대출 규정 위반: 금융기관은 대출 및 보증계약 시 채무자 본인의 서명, 날인을 받거나 보증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는 자체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D 저축은행은 이러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표준대출규정 제6조, 제10조 제1항, 제17조 제1항 참조)
  • 직원의 권한 확인 소홀: B는 법인등기부상 이사나 감사도 아니었는데, D 저축은행은 B의 직함과 말만 믿고 대표이사의 자필 서명이나 보증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 이사회 결의 내용과 불일치: A 회사의 이사회는 특정 조건으로 보증을 결의했는데, B가 체결한 보증계약은 이와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금융기관이 계약 체결에 관한 사무처리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가 표현대리의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다51626 판결, 대법원 2000. 1. 28. 선고 99다57461 판결 등 참조) 또한 '정당한 이유'는 대리행위가 이루어질 당시의 모든 사정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 1987. 7. 7. 선고 86다카2475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49814 판결 등 참조)

결론

이처럼 표현대리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인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금융기관은 자체 규정을 준수하고, 대리권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표현대리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금융기관이 표현대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대리권을 꼼꼼히 확인해야 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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