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1억 원까지 대신 계약해달라고 했는데, 그 친구가 내 허락 없이 2억 원짜리 계약을 덜컥 해버렸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2억 원을 물어줘야 할까요? 오늘은 대리권 없는 대리인과 계약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 특히 표현대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철수(乙)는 영희(甲)에게 1억 원 한도 내에서 물건을 대신 구매할 권한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영희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된 철수는 영희에게 준 권한을 조용히 회수했습니다. 하지만 영희는 철수 몰래 민수(丙)와 2억 원짜리 물건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민수는 영희가 철수의 대리인이라고 믿고 계약했는데, 이제 와서 철수가 계약을 인정하지 않으니 난감한 상황입니다. 민수는 "표현대리"(민법 제126조)를 주장하며 철수에게 2억 원 계약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표현대리란 무엇일까요?
표현대리는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해서 맺은 계약을,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본인(여기서는 철수)이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대리인이라고 믿을 만한 상황이었다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죠.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
표현대리가 성립하려면 대리권이 있었던 사람이 권한을 넘어서 계약해야 합니다. 우리 사례처럼 철수가 영희의 대리권을 이미 회수했다면, 영희는 더 이상 대리권이 없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를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1973. 7. 30. 선고 72다1631 판결, 대법원 1979. 3. 27. 선고 79다234 판결 등)
다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에 대리권이 있었고, 그 대리권이 소멸된 사실을 제3자가 몰랐다면, **민법 제129조 (대리권 소멸 후의 표현대리)**에 따라 표현대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원래 대리권 범위를 넘는 계약을 했다면 민법 제126조가 적용되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 1970. 2. 10. 선고 69다2149 판결)
결론적으로,
우리 사례에서 민수는 민법 제126조만으로는 철수에게 2억 원 계약의 이행을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민법 제129조에 해당하는 예외적인 상황, 즉 영희의 대리권 소멸 사실을 민수가 몰랐고, 그럴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대법원 1987. 7. 7. 선고 86다카2475 판결), 철수는 2억 원 계약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표현대리 관련 분쟁은 상황에 따라 복잡하게 얽힐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사례
실제 대리권은 없지만 본인의 행위로 제3자가 대리권이 있다고 오해하여 계약이 체결된 경우, 본인에게 계약 책임을 묻는 표현대리가 성립될 수 있다.
상담사례
대리권 없이 타인의 부동산을 계약한 무권대리인은 상대방에게 무과실 책임을 지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민사판례
본인의 도장이 찍힌 백지 계약서를 다른 사람에게 교부한 것만으로는 그 사람에게 대리권을 주었다고 볼 수 없음. 대리권이 있다는 '표시'는 계약서,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함.
민사판례
대리권이 소멸된 후에 대리인이 선임한 복대리인이 한 행위라도 상대방이 대리권 소멸 사실을 몰랐고, 몰랐다는 것에 과실이 없다면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타인의 명의를 빌려 사업하는 사람이 그 명의자를 대리한다는 믿음을 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명의자는 대리행위(예: 돈을 빌리는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민사판례
대리권 없이 계약을 맺은 사람(무권대리인)은 상대방이 원하면 계약을 이행하거나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만약 계약서에 손해배상액이 미리 정해져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액을 배상해야 합니다. 또한,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는지 여부는 무권대리인이 증명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