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줬는데 갚지 않으면 정말 답답하죠. 특히 그 돈이 도박자금이었다면 더욱 속이 쓰릴 겁니다. 그래서 돈을 빌려준 사람이 빌린 사람을 사기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때 고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무고죄가 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강원랜드에서 지인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도박자금으로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돈을 갚지 않자, 피고인은 이들을 사기죄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고소장에는 돈을 빌려준 장소를 강원랜드가 아닌 울산의 한 커피숍으로 허위 기재했습니다. 즉, 도박자금으로 빌려준 사실을 숨긴 것이죠.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인이 대여 장소를 속인 것이 사기죄 성립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하여 무고죄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고소 내용이 "피해자들이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돈을 빌려갔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돈을 빌려준 장소가 사기죄 성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즉, 설령 도박자금이라는 사실을 숨겼다고 하더라도, 다른 증거들을 통해 돈을 빌려간 사람의 사기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대법원은 또한, 신고 사실의 일부가 허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범죄 성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단순히 사실을 과장한 것에 불과하다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6. 5. 31. 선고 96도771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939 판결 등 참조).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돈을 갚지 않는 차용인을 사기죄로 고소하면서 단순히 변제 의사와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 경우, '차용금의 용도'를 숨기거나 사실과 다르게 신고했다고 해서 바로 무고죄의 '허위사실 신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도2212 판결 등 참조).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핵심 정리
이번 판례는 무고죄 성립 요건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단순히 사실 관계를 일부 다르게 진술했다고 해서 모두 무고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형사판례
돈을 빌려줄 때 빌리는 사람이 도박에 쓸 것을 알고 있었더라도,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돈을 안 갚는 사람을 사기죄로 고소할 때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무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판례
도박자금으로 돈을 빌려준 후 갚지 않자, 도박 사실을 숨기고 일반 대여금으로 빌려준 것처럼 허위 고소한 경우 무고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돈을 갚지 않는 사람을 사기죄로 고소할 때, 빌려준 돈의 용도를 숨기거나 거짓으로 말했다고 해서 바로 무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빌려준 목적이 사기죄 성립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만 거짓말이 무고죄가 될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
여럿이 함께 범죄를 저지른 공범 중 한 사람이 자신의 범행은 숨기고 다른 공범만 고소했더라도, 고소 내용이 허위라면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
형사판례
돈을 빌릴 당시 갚을 능력이 없더라도, 다른 채권이 있어서 상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형사판례
거짓으로 신고했더라도, 신고 내용 자체가 범죄가 되지 않는다면 무고죄로 처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