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을 새겼는데, 위조죄일까요?

친구나 가족의 도장을 새겨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대부분은 없으실 겁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의 도장을 새겼는데, 그 사람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면 어떨까요? 혹시 위조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을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교통사고 가해자인 피고인은 사고 피해자인 박옥순 씨가 서울에 입원해 있어 경찰서에 함께 출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피고인은 박옥순 씨의 동의를 얻으면 사용하려는 생각으로 허용회 씨에게 박옥순 씨의 도장을 새기도록 시켰습니다. 하지만 박옥순 씨가 전화로 동의하지 않자, 피고인은 새긴 도장을 사용하지 않고 박옥순 씨의 언니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쟁점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39조 제1항의 인장위조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인장위조죄는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위법하게 사용할 목적으로 타인의 인장을 위조하는 범죄입니다. 피고인은 비록 박옥순 씨의 동의 없이 도장을 새기긴 했지만,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고 돌려주기까지 했습니다. 과연 이런 경우에도 위조죄가 성립할까요?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인장위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박옥순 씨의 동의 없이 도장을 새겼지만, 박옥순 씨의 동의를 얻어 사용하려는 의도였고, 동의를 얻지 못하자 사용하지 않고 돌려준 점을 고려했을 때, 위법하게 사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즉, 단순히 도장을 새긴 행위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명의인의 의사에 반하여 위법하게 사용할 목적이 있어야 인장위조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례입니다.

관련 법조항: 형법 제239조 제1항 (인장위조)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인장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결론

이 판례는 타인의 도장을 새기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인장위조죄가 성립하지 않고, 위법한 사용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타인의 도장을 함부로 새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러한 행위가 무조건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