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0.04.25

민사판례

돈 받을 권리, 함부로 막을 수 있나요? - 채권 양도 금지 특약과 악의/중과실

직장 동료에게 돈을 빌려준 상황을 생각해 보세요. 동료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잠적해버렸습니다. 빌려준 돈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요?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차용증서에 "돈을 빌린 사람은 이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다"라는 특약을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채권 양도 금지 특약입니다.

만약 이 동료가 잠적하기 전, 자신이 받을 퇴직금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면 어떨까요? 양도 금지 특약이 있으니 퇴직금을 받아간 사람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채권 양도 금지 특약이 있더라도, 채권을 받아간 사람이 그 특약을 몰랐고, 몰랐다는 것에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특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민법 제449조 제2항)

여기서 악의는 양도 금지 특약이 있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을 말하고, 중대한 과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특약이 있는 걸 알 수 있었는데도 알아보지 않은 것을 뜻합니다.

그럼 악의중과실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8834 판결 등 참조)

부도 위기에 놓인 회사의 임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회사가 가지고 있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즉, 건물주에게 돌려받을 보증금)을 양수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임대차계약에는 채권 양도 금지 특약이 있었고, 임직원들은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위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물주는 "양도 금지 특약이 있으니 임직원들에게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임직원들이 양도 금지 특약이 있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무시한 악의, 또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알 수 있었는데도 알아보지 않고 양수한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양도 금지 특약이 적힌 계약서가 존재하고 양수인이 회사의 임직원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악의나 중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계약서를 실제로 봤는지, 특약 조항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죠.

이 판례는 채권 양도 금지 특약의 효력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채권 양수인을 보호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하지만 채권 양도 금지 특약의 존재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채권을 양수할 때에는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특약 사항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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