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어려워져서 빚을 제대로 못 갚게 되면, 모든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돈을 나눠줘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런데 몇몇 채권자에게만 몰래 돈을 갚아버리면 다른 채권자들은 돈을 받을 기회조차 잃게 되겠죠? 이런 불공정한 상황을 막기 위해 법에서는 **'부인권'**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회사가 망하기 전에 특정 채권자에게만 돈을 갚은 사례를 통해 부인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해태전자는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었습니다. 발행한 회사채 100억 원을 갚지 못하자 대신증권이 대신 갚아주고 해태전자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권리(구상금채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해태전자는 대신증권에게 수표를 발행했지만 부도 처리되었고, 결국 당좌거래까지 정지되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태전자 대표이사는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으로 고발까지 당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태전자는 대표이사에 대한 고발을 취하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대신증권에 빚의 일부를 갚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태전자는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갔고, 정리회사의 관리인은 대신증권에 갚았던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부인권 행사)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해태전자의 행위가 부인권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회사정리법(현재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8조 제1항 제1호(현행법 제100조 제1항 제1호 참조)는 "회사가 정리채권자 등을 해할 것을 알고 한 행위"를 부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단순히 회사 재산을 줄이는 행위(사해행위)뿐만 아니라 특정 채권자에게만 돈을 갚는 편파행위도 포함됩니다.
해태전자는 이미 심각한 자금난에 처해 있었고 당좌거래도 정지된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이사의 고발 취하를 위해 특정 채권자에게만 돈을 갚은 것은 다른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것을 알면서도 한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즉, 회사정리절차에서 적용되는 채권자 평등의 원칙을 어기고 특정 채권자에게만 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비록 다른 채권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해를 끼치려는 의도까지는 없었더라도, 채권자 평등 원칙을 회피하려는 의도만으로도 부인권 행사의 요건은 충족된다는 것이죠.
핵심 정리
관련 법조항 및 판례
이번 판례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채권자들을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회사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모든 채권자를 공평하게 대해야 하며, 특정 채권자에게만 이익을 주는 행위는 법적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회사가 부도 등으로 당좌거래가 정지된 상태에서 갚은 빚은 회사 회생 절차(정리절차) 개시 결정 후에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돈을 받은 채권자가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있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민사판례
회사가 어려워져 정리절차를 밟을 때, 정리절차 이전에 특정 채권자에게 유리한 행위를 했더라도 그 행위가 회사 정상화를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다른 채권자들을 위해 그 행위를 무효로 돌릴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민사판례
회생절차 진행 중 회사가 특정 채권자에게만 빚을 갚는 등 다른 채권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편파행위)를 한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는 부인권 행사의 범위와 요건에 대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편파행위도 부인 대상이 되며, 이를 위해서는 회사가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인지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그 행위가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상당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부인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부도 직전에 특정 채권자(납품업체)에게 다른 채권을 양도하여 담보를 제공한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행위로, 파산절차에서 무효가 될 수 있다.
민사판례
회사가 파산하기 전 재정 위기에 놓였을 때 특정 채권자에게만 돈을 갚는 행위(편파 변제)는 다른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파산관재인은 이러한 행위를 취소하고 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는 회사가 화의 절차 중이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사판례
회사가 부도 위기에 놓여 어음 만기를 연장하거나 부도를 막기 위해 담보를 제공한 경우, 이는 회사의 의무에 해당하지 않아 채권자 평등 원칙에 위배될 수 있으며, 다른 채권자들은 해당 담보 제공을 무효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