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2.08.23

민사판례

망해가는 회사가 특정 거래처에 돈 먼저 갚아준 경우, 돌려받을 수 있을까?

회사가 어려워지면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은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됩니다. 특히 회사가 특정 채권자에게만 돈을 먼저 갚아주는 경우, 다른 채권자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겠죠.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가 바로 **'부인권'**입니다. 오늘은 부인권과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백화점을 운영하던 A회사는 경영난으로 부도가 났습니다. 부도 후 A회사는 화의 (회생절차의 일종)를 신청했지만, 결국 파산하게 되었습니다. A회사는 부도 후 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B회사(가전제품 판매업체)에 미지급 물품대금을 먼저 갚았습니다. B회사는 다른 입점업체들이 매장을 철수하는 와중에도 계속 영업을 이어갔습니다. A회사의 파산관재인은 B회사에 갚은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파산관재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행위: 파산법 제64조 제2호는 파산자가 지급정지 또는 파산신청 후에 하는 행위 중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는 부인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때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에는 회사 재산을 줄이는 행위뿐 아니라, 채권자 간의 공평을 해치는 행위도 포함됩니다. A회사가 B회사에만 돈을 먼저 갚은 것은 다른 채권자들을 차별하는 행위이므로 부인 대상이 됩니다.

  • 화의법과 파산법의 관계: A회사는 부도 후 화의를 신청했었고, B회사는 화의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화의법상 문제가 없더라도 파산법상 부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화의절차와 파산절차는 별개이며, 화의법을 따랐다고 해서 파산법 적용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화의법 제17조, 제31조, 제33조, 파산법 제64조 제2호 참조)

  • 행위의 상당성: 설령 채권자에게 해가 되는 행위라도,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상당한 행위였다면 부인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회사의 변제 행위가 B회사의 매장 철수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A회사는 다른 채권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B회사에만 큰 금액을 지급했고, 당시 A회사의 재정 상황도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파산법 제64조 참조)

핵심 정리

이 판례는 회사가 파산하기 전에 특정 채권자에게만 돈을 갚는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에게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파산법상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화의절차와 파산절차는 별개로 진행되며, 화의법을 준수했다고 해서 파산법상 부인권 행사를 피할 수 없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채권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관련 법률과 판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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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파산#부인권#거래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