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7.12.12

민사판례

미군과의 계약 분쟁, 한국 법원에서 소송 가능할까?

미군과 계약을 맺고 사업을 하다가 분쟁이 생겼는데, 어디에 소송을 제기해야 할까요? 미군이니까 미국 법원에 가야 할까요? 아니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미군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특별한 경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미행정협정과 계약에 의한 청구권

미군의 한국 내 활동에 관해서는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한미행정협정)'이 적용됩니다. 이 협정 제23조 제5항에 따르면, 미군이나 미군 고용원의 공무집행 중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는 원칙적으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계약에 의한 청구권(contractual claim)'은 미합중국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계약에 의한 청구권'이란 무엇일까요?

이번 판례에서는 '계약에 의한 청구권'의 범위를 명확히 했습니다. 단순히 계약 이행이나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및 이행 과정에서 미군 관계자가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도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소멸시효와 신의성실의 원칙

이 사건에서는 미군 측의 잘못된 정보 제공으로 사업자가 세금을 부담하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사업자는 미군 측의 안내에 따라 행정적인 구제 절차를 밟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결국 미군 측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배상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미군 측이 스스로 행정 구제 절차를 제시하고 오랜 기간 진행하면서 사업자의 소 제기를 늦추게 한 점을 고려하여,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미군 측이 스스로 사업자를 믿게 만들어 소송을 늦추게 한 상황에서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핵심 정리

  • 미군과의 계약 분쟁에서 '계약에 의한 청구권'은 미합중국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직접 소송 제기 가능합니다.
  • '계약에 의한 청구권'에는 계약 이행, 불이행뿐 아니라 계약 체결 및 이행 과정의 불법행위도 포함됩니다.
  • 상대방을 기망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유도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되어 소멸시효 주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
  •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의시행에관한민사특별법 제2조, 제4조
  • 민법 제2조, 제766조
  •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이번 판례는 미군과의 계약 분쟁에서 '계약에 의한 청구권'의 범위와 소멸시효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미군과의 계약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계약에 의한 청구권'에 해당하는지 꼼꼼히 검토하여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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