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험 장치 특허, 진보성 부정된 이유

오늘은 반도체 시험 장치 특허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특허라는 것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을 때 그 권리를 보호해주는 제도인데요, 새로운 기술이라고 무조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기술에 비해 진보성이 있어야 하죠. 바로 이 진보성이 문제가 된 사례입니다.

이번 사건의 특허는 "반도체 디바이스 시험장치 및 그 시험장치에 사용되는 테스트 트레이"였습니다. 쉽게 말해, 반도체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장치와 그 장치에 사용되는 부품에 관한 특허였죠.

그런데 법원은 이 특허가 진보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핵심은 기존 기술과의 차이점이 너무 작았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특허가 기존에 이미 존재하던 기술(비교대상발명 1-4)과 거의 동일하고, 단지 테스트 트레이의 반송 경로를 여러 개로 만들거나 폭을 넓힌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온도 스트레스 부여 수단이나 테스트 트레이의 구체적인 형태 등의 특징 역시 다른 기존 기술(비교대상발명 4)에서 이미 찾아볼 수 있는 것이었죠.

더 중요한 것은, 기존 기술(비교대상발명 2-2)에서 이미 테스트 시간 단축 및 처리량 증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송 경로를 여러 개로 만들거나 폭을 넓히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즉, 반도체 분야의 평균적인 전문가라면 기존 기술들을 조합해서 (비교대상발명 1-4에 비교대상발명 2-2 또는 4를 결합) 이 특허와 같은 장치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결국 이 특허는 기존 기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진보적인' 발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죠.

이 사건은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기술과 비교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진보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참고 법조항: 구 특허법(2001. 2. 3. 법률 제64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2항 (진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