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고 받는 과정에서 약속어음이라는 문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큰 금액이 오갈 때는 안전장치로 '어음보증'을 받기도 하죠. 그런데 약속어음에 "배서금지(지시금지)"라고 적혀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배서금지어음의 권리 양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이 경우, "지시금지"라고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음의 권리가 정에게 제대로 넘어간 것일까요? 그리고 정이 병기금에게 보증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1. 지시금지어음, 권리 양도는 가능할까?
일반적으로 어음의 권리는 배서, 교부 등 어음법에 정해진 방법이나 상속, 합병 등으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지시금지"라고 적힌 어음은 일반적인 채권 양도처럼 넘길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일반 채권처럼 양도하는 것을 인정합니다. 다만, 어음채무자(빌린 사람)에게 제대로 권리를 주장하려면 민법 제450조 제1항에 따라 채무자에게 양도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9764 판결)
또한, 어음법 제11조 제2항은 "발행인이 환어음에 지시금지의 문자 또는 이와 동일한 의의가 있는 문언을 기재한 때에는 그 어음은 지명채권의 양도에 관한 방식에 따라서만 그리고 그 효력으로써만 양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지시금지"라고 적혀있더라도 어음의 양도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일반 채권처럼 양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을은 갑의 동의를 받고 정에게 어음을 양도했으므로 권리 양도는 유효합니다. (민법 제450조)
2. 보증인에게도 따로 알려야 할까?
그렇다면 정이 병기금에게 보증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병기금에게 따로 양도 사실을 알려야 할까요?
대법원은 주채무자(빌린 사람)에게 양도 사실을 알렸다면, 보증인에게 따로 알리지 않아도 보증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89. 10. 24. 선고 88다카20774 판결)
따라서, 위 사례에서 정은 갑의 동의를 받았으므로 병기금에게 따로 알리지 않아도 보증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시금지" 어음이라도 일반 채권 양도 방식으로 권리를 넘길 수 있으며, 주채무자의 동의가 있다면 보증인에게 별도의 통지를 하지 않아도 보증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약속어음에 단순히 "견질용"이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배서(어음의 권리 이전)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배서를 금지하려면 "지시금지" 또는 그와 같은 뜻의 명확한 문구가 있어야 합니다.
민사판례
약속어음에 배서할 때 특정인을 받는 사람으로 지정했으면, 그 사람이 다시 배서해야만 다음 사람에게 권리가 넘어갑니다. 단순히 배서란에 이름만 쓴다고 권리가 넘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민사판례
수취인이 지정된 약속어음은 단순히 건네주는 것만으로는 효력 있는 양도가 될 수 없고, 지급 거절된 후에 하는 배서는 일반 채권 양도와 같은 효력만 있습니다.
상담사례
약속어음에서 돈을 받을 권리는 어음에 적힌 이름(피배서인)을 따르므로, 돈을 빌려줄 때 본인 이름이 피배서인으로 기재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민사판례
다른 사람의 빚을 담보하기 위해 약속어음에 배서했다고 해서 무조건 민사상 보증 책임까지 지는 것은 아닙니다. 배서인이 보증 의사를 가지고 배서했는지, 채권자도 그런 의사를 인식하고 배서를 받았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어음 뒷면에 적는 배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어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음금을 청구할 수 있으려면, 단순히 어음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어음상 권리를 제대로 받았다는 사실과 어음을 발행한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