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0.12.26

민사판례

뱀장어 양식장과 담보 대출 이야기

양식장 사업을 하던 박도배 씨는 사업 자금이 필요해 한국외환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대출 담보로는 양식장에 있는 뱀장어 약 백만 마리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박 씨에게 돈을 빌려준 다른 채권자들이 양식장의 뱀장어를 압류하려고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은행은 "이미 우리가 뱀장어를 담보로 받았으니 압류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고, 법정 다툼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쟁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사건의 핵심은 '수시로 변동하는 뱀장어들을 담보로 제공하는 계약이 유효한가?'였습니다. 뱀장어는 계속 자라고, 팔리기도 하고, 새로 들어오기도 하니까요. 특히 계약서에 '약 백만 마리'라고 적혀 있는데, 이게 정확히 어떤 뱀장어를 가리키는지도 다툼이 되었습니다. 은행은 '양식장의 모든 뱀장어'를 담보로 받았다고 주장했고, 다른 채권자들은 '약 백만 마리'라는 애매한 표현 때문에 담보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요?

법원은 은행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숫자가 변하는 동산이라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민법 제372조 참조) 중요한 건 '다른 물건들과 구별될 수 있도록 특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특정 양만장 내의 뱀장어'라고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숫자는 변하더라도 담보의 대상이 되는 뱀장어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계약서에 '약 백만 마리'라고 적혀 있던 부분에 대해서도 법원은 '계약 당시 양만장에 있던 뱀장어의 수를 대략적으로 표시한 것일 뿐, 실제로는 양만장의 모든 뱀장어를 담보로 삼기로 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민법 제105조: 당사자의 의사해석 참조)

즉, 뱀장어가 자라거나 숫자가 변하더라도 '특정 양만장' 안에 있는 뱀장어라는 점은 변하지 않으므로, 담보 계약은 유효하고 은행은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담보 계약을 맺을 때 양만장에 있던 뱀장어뿐 아니라, 그 이후 새로 들어온 뱀장어에도 담보권의 효력이 미친다는 점도 중요한 판단입니다.

핵심 정리!

  • 숫자가 변하는 동산이라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
  • 담보물이 다른 물건과 구별될 수 있도록 특정되어야 한다.
  • 계약서의 문구는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

이 판례는 변동하는 동산의 집합물에 대한 담보 설정의 유효성을 인정한 중요한 판례로, 사업 자금 조달에 있어서 더욱 다양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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