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에 사용된 휴대폰, 꼭 몰수해야 할까요? - 몰수의 범위와 비례의 원칙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죠. 그런데 만약 이 스마트폰이 범죄에 사용되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몰수해야 할까요? 오늘은 범죄에 사용된 물건의 몰수, 특히 휴대폰 몰수에 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범죄에 제공된 물건, 어디까지 몰수할 수 있을까?

예전 형법(2020년 12월 8일 개정 전) 제48조 제1항 제1호는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을 몰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이란 단순히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에 사용된 물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범행 전후에 사용된 물건 중 범죄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물건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범행을 모의하기 위해 사용한 휴대폰이나 범행 후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사용한 컴퓨터 등도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몰수는 무조건? 비례의 원칙이 중요!

법원은 몰수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해당 물건을 실제로 몰수할지 여부를 판단할 재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기준은 바로 '비례의 원칙'입니다. 몰수로 인한 불이익이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과도하게 커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법원은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몰수 대상 물건이 범죄에 사용된 정도와 범위, 범행에서의 중요성
• 물건 소유자의 범죄에서의 역할과 책임 정도
• 범죄로 인한 법익 침해의 정도
• 범죄의 동기와 범죄 수익
• 범죄와 관련된 부분만 분리할 수 있는지 여부
• 물건의 실질적 가치와 범죄와의 상관성 및 균형성
• 물건이 소유자에게 필요불가결한 것인지 여부
• 몰수하지 않을 경우 재범 위험성

휴대폰 몰수, 동영상만 빼서 몰수할 수도 있다?

휴대폰으로 불법 촬영을 한 경우, 휴대폰 자체는 '범죄행위에 제공된 물건', 촬영된 동영상은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긴 물건'으로 둘 다 몰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법원이 휴대폰 전체를 몰수하는 대신, 동영상만 몰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전자기록은 저장매체에 저장된 물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 판례를 살펴볼까요?

한 사례에서 피고인은 할머니 명의로 개통한 휴대폰을 사용하다 마약 관련 범죄를 저질렀고, 1심과 2심에서 휴대폰 몰수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휴대폰이 범죄에 사용된 정도가 경미하고, 피고인에게 필수불가결한 물건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몰수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6도4075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5도8174 판결,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2도11586 판결, 대법원 2017. 10. 23. 선고 2017도5905 판결 참조)

결론적으로 범죄에 사용된 물건이라도 무조건 몰수되는 것은 아니며, 비례의 원칙에 따라 몰수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휴대폰과 같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건의 경우, 법원은 더욱 신중하게 몰수 여부를 판단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