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범죄 사실, 특히 범죄 일시가 피고인의 방어권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1991.5.14. 선고 91도657)을 통해 범죄 일시 변경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강조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범죄집단 조직 시기가 1988년 12월경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1988년 12월경 범죄집단을 조직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오히려 1990년 3월경에 조직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원심 법원은 범죄 일시의 차이가 단순한 기재 오류라고 판단하고, 공소장 변경 절차 없이 1990년 3월경 범죄집단 조직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범죄 일시는 단순한 공소사실 특정 요건이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입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서로 다른 시기에 별개의 범죄집단 조직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298조에 따라 공소장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범죄 일시를 변경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988년 12월에 범죄집단을 조직했다는 혐의에 대해 방어를 준비했던 피고인은 갑자기 1990년 3월의 혐의에 대해 변론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4조의 범죄집단은 계속적인 결합체가 아니라, 다수인이 특정 시점에 모여 조직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집단 구성의 일시와 장소는 범죄 사실을 특정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대법원 1976.12.14. 선고 76도3267 판결, 1987.3.24. 선고 87도157,85감도15 판결 참조)
대법원은 원심이 공소장 변경 없이 범죄 일시를 바꾼 것은 형사소송법 제254조 (공소장 변경)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은 범죄 일시의 중요성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단순한 날짜 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안에는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이 달려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 조문:
참고 판례:
형사판례
검사가 기소한 범죄 발생 시기와 법원이 인정한 시기가 크게 차이 나고, 그 차이가 피고인의 방어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법원은 공소장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형사판례
검사가 기소한 범죄단체 가입 시기와 법원이 인정하는 시기가 다르다면, 법원은 공소장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형사판례
범죄의 일시를 명확히 특정하지 않은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며, 피고인이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 경찰/검찰 단계에서의 자백이 담긴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형사판례
범죄단체 조직죄는 조직이 만들어지는 순간 범죄가 성립하며, 공소장에 적힌 가입 시기가 명백히 잘못되었다면 해당 죄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판례
폭력 단체를 조직하는 죄는 조직하는 순간 범죄가 완성되는 즉시범이며, 공범 중 한 명이라도 재판을 받게 되면 다른 공범들의 공소시효 진행은 정지된다.
형사판례
피고인이 범행 시점에 해외에 있었다는 증거가 새롭게 제출된 성추행 사건에서, 대법원은 범행 일시가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하여 정확한 범행 일시를 특정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