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0.12.10

민사판례

병원 개설이 불가능한 건물 임대차, 계약은 유효할까?

한의사 A씨는 B씨 소유 건물 2~4층을 임차하여 한방병원을 개설하려 했습니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차보증금 등을 지급했지만, 알고 보니 해당 건물은 의료법령과 건축법령상 병원 개설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결국 A씨는 병원 개설이 불가능해지자 B씨를 상대로 "계약 당시부터 이행이 불가능했으니 계약은 무효다"라고 주장하며 임차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계약은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건물이 병원 개설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계약 체결 당시부터 이행이 불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원시적 불능)

하지만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계약이 무효가 되려면 이행 불가능한 급부가 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A씨와 B씨가 '반드시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만 개설해야 한다'는 데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 일반인들은 '병원'의 의미를 의료법상 '병원'과 '의원'의 차이까지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습니다.
  • 해당 건물은 병원급 의료기관 개설은 불가능했지만, 면적을 줄이면 개설이 가능했고, 의원급 의료기관은 개설이 가능했습니다.
  • A씨는 B씨에게 '병원'을 개설한다고는 했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만 개설한다고 명확히 말하지 않았습니다.
  • 한의사인 A씨는 병원 개설 요건에 대해 미리 알아볼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 B씨는 A씨가 '병원'을 개설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의료법상 구분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 계약서 특약사항에는 B씨가 정화조와 소방시설 설치를 책임진다고 되어 있을 뿐, 병원 개설 허가 자체를 책임진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A씨와 B씨 사이에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만 개설해야 한다'는 합의가 없었으므로 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관련 법조항

  • 민법 제105조 (의사표시의 해석) 의사표시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이다.
  • 민법 제535조 (채권자귀책사유에 의한 이행불능)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이 불능하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참고 판례

  •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1203, 1210 판결
  •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6다9643 판결
  •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6603 판결
  • 대법원 2011. 12. 27. 선고 2011다5134 판결

이 판례는 계약의 해석에 있어 당사자의 의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계약의 원시적 불능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의 계약일수록 당사자 간 명확한 의사 합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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