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돈을 투자해 병원을 차리고, 의사를 고용해서 마치 자기 병원처럼 운영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대 안 됩니다! 이런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며, 관련된 계약은 모두 효력이 없습니다.
이번에 대법원 판결([2010다57626])이 하나 나왔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이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사건의 개요
한의사가 아닌 A씨는 한의사 B씨를 고용하여 B씨 명의로 한방병원을 개설했습니다. 겉으로는 B씨가 병원장이지만, 실제 운영과 수익은 모두 A씨가 가져가기로 약정했죠. 나중에 A씨와 그의 아내 C씨는 B씨에게 병원 운영과 관련된 빚을 갚아주겠다는 각서를 썼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씨와 B씨 사이의 최초 약정, 그리고 이후에 작성된 각서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왜 무효일까요?
핵심은 바로 의료법 제33조 제2항입니다. 이 조항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A씨처럼 의사 면허 없이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이 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죠.
단순히 각서를 써서 빚을 갚아주겠다고 약속했더라도, 그 약속의 근거가 되는 최초 약정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각서 역시 무효가 됩니다. (민법 제103조, 제741조 참조) 이는 마치 불법적인 도박 자금을 빌려준 뒤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도박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돈을 빌려준 행위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죠.
이러한 판결은 이전 대법원 판례([95도2154], [2003다2390, 2406], [2006다35117])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새로운 계약서를 쓰거나 내용을 조금 바꾸더라도, 결국 불법적인 약정에 기반한 것이라면 모두 무효입니다.
핵심 정리
의료 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법은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는 행위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형사판례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돈을 내고 병원을 차리고, 의사를 고용해서 자기 이름으로 병원을 운영하게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의사가 직접 진료를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사판례
약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약사를 고용해서 약국을 운영하고,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당하게 요양급여를 받으면 약사법 위반 및 사기죄로 처벌받는다. 약사 명의로 개설했거나 약사가 직접 조제·판매했더라도 마찬가지다.
형사판례
자격을 가진 의료인이 비영리법인 등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 자체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
형사판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있는 의사가 다른 의료기관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했더라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
형사판례
의료인이 아닌 아내가 의료인인 남편 명의로 개설된 병원을 남편을 배제하고 운영한 것이 의료법 위반인지 여부를 다룬 판례. 대법원은 아내의 행위가 병원의 '개설'이 아닌, 기존 병원 운영에 대한 권리 행사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함.
형사판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기관을 열고, 마치 적법한 의료기관인 것처럼 속여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받으면 사기죄가 된다.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을 고용해서 진료를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