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2.07.28

민사판례

병원 경영위탁계약, 명의대여로 무효일까?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재단법인이 병원을 설립하고 의사에게 경영을 위탁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 경우 의사가 실제로 진료도 하고 병원 운영도 한다면, 이것을 '명의대여'로 보아 불법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재단법인(피고 재단)이 병원을 설립하고 의사(피고 2)에게 경영을 위탁했습니다. 피고 2는 10여 년간 병원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 후 다른 의사(원고)가 피고 2로부터 병원 경영권을 양수받고, 피고 재단과도 경영위탁계약을 새로 체결하여 병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이 경영위탁계약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경영위탁계약 = 명의대여?

원고는 이 경영위탁계약이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법인 등은 다른 자에게 그 법인의 명의를 빌려주어서는 아니 된다.")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재단법인이 의사에게 명의를 빌려준 것과 같다는 것이죠. 또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공익법인법) 제11조 제3항 제1호 위반도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이 금지하는 '명의대여'는 비의료인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의사에게 경영을 위탁하는 경우에도 형식적으로는 법 조항에 위반될 수 있지만, 실제로 의사가 병원을 운영하고 진료한다면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치는 정도가 비의료인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영위탁계약은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할 정도로 반사회적인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05조 참조)

둘째, 공익법인법 위반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 재단이 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익법인법 제2조와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순수한 학술, 자선 등의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말합니다. 피고 재단은 병원 운영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익법인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공익법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민법 제32조 참조)

결론

이 판결은 재단법인이 설립한 병원의 경영을 의사에게 위탁하는 행위가 의료법 위반인지, 그리고 그러한 재단법인이 공익법인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법 조항을 형식적으로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참조조문:

  • 민법 제105조, 제32조
  • 의료법 제33조 제10항
  •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조 제3항 제1호
  •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참조판례:

  •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다256794 판결
  • 대법원 2021. 9. 30. 선고 2016다252560 판결
  •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43580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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