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특히 약속어음은 사업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래의 특정 시점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담긴 유가증권이죠. 그런데 이 어음 때문에 뜻하지 않게 빚더미에 앉을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백지어음과 관련된 황당한 사례를 통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물건값을 지급하기 위해 갑씨는 약속어음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거래가 확정되지 않아 금액, 받는 사람, 발행 장소, 지급 장소 등 중요 정보는 비워둔 채, 자신의 이름만 적고 도장을 찍어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어음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을씨가 그 어음을 들고 나타나 갑씨에게 어음에 적힌 금액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갑씨는 어음을 잃어버렸고, 애초에 금액도 적지 않았으니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갑씨의 주장은 정당할까요?
안타깝지만, 갑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갑씨는 어음에 날인만 했을 뿐, 금액 등 중요 정보를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음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갑씨가 어음을 발행한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어음은 유통증권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어음은 현금처럼 쉽게 거래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어음을 받은 사람이 매번 어음 발행 과정의 정당성을 확인해야 한다면 어음의 유통이 원활하지 않겠죠. 따라서 법은 어음의 형식적 요건을 갖춘 경우, 어음에 적힌 내용대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봅니다.
이 사례에서 갑씨는 비록 어음의 내용을 모두 채우지는 않았지만, 날인을 함으로써 어음을 유통시킬 의사가 있었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을씨가 그 어음을 악의적이거나 중대한 과실 없이 취득했다면, 갑씨는 어음에 적힌 금액을 지급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관련 법 조항 및 판례:
어음법 제16조 (백지식 어음의 보충권) 어음금액, 지급지, 수취인 기타 어음요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백지인 어음을 발행한 자는 보충권을 수여한 것으로 추정한다.
어음법 제77조 (약속어음의 발행) 약속어음은 발행인이 일정한 금액을 무조건 지급할 것을 약속하는 어음행위를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다34307 판결: 어음의 교부흠결의 점에 대하여 어음을 유통시킬 의사로 어음상에 발행인으로 기명날인하여 외관을 갖춘 어음을 작성한 자는 그 어음이 도난·분실 등으로 인하여 그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유통되었다고 하더라도, 배서가 연속되어 있는 그 어음을 외관을 신뢰하고 취득한 소지인에 대하여는 그 소지인이 악의 내지 중과실에 의하여 그 어음을 취득하였음을 주장·입증하지 아니하는 한 발행인으로서의 어음상의 채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결론:
백지어음은 편리하지만, 분실이나 도난 시 뜻하지 않은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음을 발행할 때는 신중하게 내용을 기재하고, 보관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백지어음은 절대 발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불가피하게 백지어음을 발행해야 한다면, 보충권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사례
빈 어음을 분실하면 유가증권의 특성상 어음금을 물어줘야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빈 어음 발행을 피하고 어음 관리에 주의해야 하며, 분실 시 즉시 경찰과 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상담사례
백지수표를 잃어버렸지만, 공시최고를 통해 제권판결을 받았고, 소송 과정에서 백지 부분을 채우는 '어음 외 의사표시'를 통해 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험 공유.
상담사례
약속어음의 발행지와 지급지가 백지라도 지급장소가 명시되어 있으면 지급지가 보완된 것으로 간주되어 어음의 효력이 유지된다.
상담사례
잃어버린 백지어음이라도 제권판결을 받으면 소송에서 준비서면 등을 통해 백지 부분을 보충하여 돈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백지어음에 대한 부당보충이 있더라도, 어음을 산 사람(소지인)이 부당보충 사실을 몰랐거나 알 수 없었다면 어음 발행인은 어음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민사판례
금액이 비어있는 백지어음을 발행할 때는 금액 기재 권한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어음을 받은 사람이 부정한 방법으로 금액이 채워진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받았다면, 어음 발행인은 정해진 금액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