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5.09.05

형사판례

상사와 싸우고 회사 돈 들고 나왔는데 절도가 아니라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와 의견 충돌이 생길 때가 있죠. 그런데 상사와 크게 싸우고 나서 회삿돈이 든 가방을 들고 나왔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절도죄로 처벌받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오늘은 좀 특이한 절도죄 불성립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보험회사 영업과장이 상사와의 의견 충돌 끝에 사표를 제출하고, 자신이 관리하던 비자금 관련 서류와 현금이 든 가방을 들고 회사를 나왔습니다. 검찰은 이를 절도로 보고 기소했죠.

쟁점

과연 이 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할까요?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해야 합니다. 즉, 타인이 점유하는 물건을 가져와야 하고, 불법적으로 영득할 의사가 있어야 하죠.

판결

대법원은 이 과장의 행위를 절도죄로 보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 불법영득의사 부정: 이 과장은 회사를 위해 비자금을 관리하는 지위였고, 사표 제출도 진심이 아닌 항의의 표시였습니다. 따라서 회사 돈을 자기 것처럼 함부로 쓰려는 의도, 즉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것이죠.
  • 타인 점유 부정: 이 과장은 그동안 비자금을 전적으로 관리해왔습니다. 비록 회사 돈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과장이 단독으로 점유하고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타인의 점유'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 사표의 진정성: 사표에 제출일과 서명이 없었고, 이 과장은 사표 제출 후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했습니다. 이는 사표 제출이 진심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가 되었습니다.

관련 법조항: 형법 제329조 (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핵심 포인트

이 판례는 절도죄 성립의 핵심 요건인 '타인의 재물'과 '불법영득의사'를 엄격하게 해석한 사례입니다. 비록 회사 돈을 함부로 가져나온 행위는 잘못되었지만, 이 과장이 비자금을 전적으로 관리해 왔고 사표 제출도 항의의 표시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이와 같은 판단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므로,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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