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5.11.12

형사판례

선장과 승무원의 책임, 어디까지일까? - 세월호 선장 및 선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 분석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준 세월호 참사. 이 사건은 선장과 승무원의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중요한 판례를 남겼습니다. 오늘은 대법원의 판결을 중심으로 선장과 승무원의 책임 범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쟁점: '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처벌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선장과 승무원이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어떻게 범죄가 될 수 있을까요? 이는 형법상 부작위범의 개념과 연결됩니다. 부작위범은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아 범죄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를 말합니다. 특히 살인과 같이 원래는 적극적인 행위로 성립하는 범죄를 부작위로 저지르는 경우를 부진정 부작위범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선장과 승무원은 승객들을 구조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부진정 부작위범이 성립하려면, ① 보호해야 할 사람이 스스로 위험에 대처할 능력이 없고, ② 부작위 행위자에게 법적인 작위 의무가 있으며, ③ 부작위 행위자가 위험을 지배하고 있어 작위 의무를 이행하면 결과 발생을 쉽게 막을 수 있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형법 제18조)

2. 선장의 책임: '끝까지' 구조해야 할 의무

대법원은 선장에게 승객 등 선박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총책임이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선박공동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선장은 단순히 신고하는 것을 넘어 구조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권한으로 선박공동체 전원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구조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해사안전법 제45조, 구 선원법 제6조, 제10조, 제11조, 제22조, 제23조 제2항, 제3항,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3. 승무원의 책임: 선장의 지휘 + 협력 의무

승무원 역시 조난된 사람을 구조해야 할 의무를 집니다.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 대법원은 이 의무가 선장의 지휘 아래 이루어져야 하지만, 모든 승무원은 서로 협력하여 조난된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을 적극적으로 구조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4.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에 대한 판결: 살인죄 vs. 유기치사상죄

대법원은 선장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했습니다. 선장은 승객들이 선내 대기 방송을 믿고 탈출하지 않은 채 남아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고 먼저 탈출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선장의 행위가 승객들을 적극적으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1등 항해사와 2등 항해사, 기관장에 대해서는 살인죄가 아닌 유기치사상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이들은 선장의 지휘를 받는 위치였고, 선장이 구조 의무를 포기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인식했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관들의 의견이 갈리기도 했습니다. 일부 대법관은 항해사와 기관장 역시 선장과 마찬가지로 승객의 안전에 대한 책임이 크므로 살인죄가 성립한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형법 제250조 제1항, 제254조, 제30조)

5. 수난구호법 위반:

대법원은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에게 수난구호법 위반 역시 인정했습니다.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 조난 사고를 일으킨 선박의 선장과 승무원은 구조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은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법관들의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6.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선장과 1등 항해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2) 이 조항은 선박 교통으로 인해 사상 사고를 낸 선장이나 승무원이 구조 조치 없이 도주한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입니다.

7. 결론

세월호 참사 관련 대법원 판결은 선장과 승무원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했습니다. 선장은 선박과 승객의 안전에 대한 총책임자로서 끝까지 구조 의무를 다해야 하며, 승무원 역시 선장의 지휘 아래 적극적으로 구조에 협력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앞으로 해상 사고 발생 시 선장과 승무원의 행동 기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판례로 남을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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