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0.10.15

민사판례

소취하 합의, 착오로 취소할 수 있을까? 화해와 채무 면제는 어떤 관계일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소송 중 합의, 특히 소취하 합의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지, 그리고 채무 면제와 관련된 법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2023. 1. 12. 선고 2020다275929 판결)을 바탕으로, 복잡한 법리들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피고에게 토지 소유권 이전 등기를 청구하는 소송(본소)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해당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 말소를 위해 피담보채무를 대신 갚았다며, 원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1심에서 원고가 승소했지만, 항소심 진행 중 원고와 피고는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소취하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나중에 "합의 당시 소취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착오를 이유로 합의 취소를 주장했습니다.

소취하 합의, 화해인가? 단순 합의인가?

쟁점은 이 소취하 합의가 화해계약인지, 아니면 단순한 소취하 합의인지였습니다. 왜 이게 중요할까요?

  • 화해계약 (민법 제731조): 당사자들이 서로 양보해서 분쟁을 끝내는 계약입니다. 화해가 성립되면 이전의 권리관계는 사라지고, 새로운 권리관계가 생깁니다. 또한, 화해는 원칙적으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습니다.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이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만 취소 가능합니다 (민법 제733조).

  • 단순 소취하 합의: 화해가 아닌 단순한 합의라면 민법 제109조에 따라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취소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소취하 합의를 화해계약으로 본 것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이미 정산되었다고 보았는데, 이는 분쟁의 대상이지 화해의 전제가 된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대한 착오가 아니라는 것이죠. 또한, 원고가 1심에서 승소했는데도 소취하에 합의한 것이 착오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소취하 합의를 단순 합의로 본다면, 원고가 합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착오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이때 착오 주장자는 착오 사실과 함께 착오가 의사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채무 면제, 어떤 경우에 인정될까?

피고는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손해를 입었지만, 다른 회사와의 정산 합의를 통해 원고의 손해배상 의무가 면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채무 면제는 명시적인 의사표시뿐 아니라 채권자의 행위나 의사표시 해석으로도 인정될 수 있지만 (민법 제506조), 이 경우 권리관계 내용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단순히 다른 회사와 정산했다는 사실만으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이 소취하 합의의 법적 성격과 착오, 채무 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은 소송 중 합의의 법적 의미와 착오에 의한 취소, 채무 면제의 요건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참고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109조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효력)
  • 민법 제731조 (화해의 정의)
  • 민법 제732조 (화해의 효력)
  • 민법 제733조 (화해의 취소)
  • 민법 제506조 (채무의 면제)
  • 대법원 1997. 4. 11. 선고 95다48414 판결
  •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7다21411 판결
  •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5546 판결
  •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다239345 판결
  •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0505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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