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펴볼 사건은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한 차가 갑자기 움직여 사고가 난 사례입니다. 술에 취한 남편이 조수석에 타고 있었는데, 과연 이 남편에게 사고 후 도주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판단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부부싸움 후 화가 난 아내가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렸습니다. 조수석에는 술에 취한 남편이 타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차가 후진하며 1차로를 주행하던 다른 차량과 충돌했습니다. 남편은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국과수 감정 결과도 남편이 운전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술 취한 남편의 행위가 '운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운전에 해당한다면 사고 후 미조치(도주) 혐의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은 남편의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에서 정의하는 '운전'은 "도로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고의의 운전행위만 포함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도1109 판결 참조)
또한, '차의 교통'이란 차량을 운전하는 행위 및 그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를 포함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7272 판결 참조)를 인용하며, 이러한 법리는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사고 후 미조치)의 '차의 운전 등 교통'을 해석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에서 차량이 후진하게 된 경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남편이 '운전'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차량은 경사진 갓길에 중립 기어 상태로 주차되어 있었고, 사이드브레이크가 약하게 걸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편이 차 안에서 휴대전화를 찾다가 사이드브레이크가 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관련 법조항
이번 판례는 '운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명확히 하고, '차의 교통'에 대한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차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운전'으로 인정될 수는 없으며, 사고 발생 경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형사판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낸 후 도주하지 않았다면 뺑소니(도주차량) 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지만, 일반 교통사고(업무상과실치상)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다.
민사판례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핸드브레이크만 풀어 움직이는 것은 '운전'이 아닙니다. 자동차 '운행'은 '운전'보다 넓은 개념입니다.
형사판례
단순히 히터를 틀기 위해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기어를 건드리거나 불안전한 주차 때문에 차가 움직인 경우는 '운전'으로 볼 수 없다. 운전하려는 의도, 즉 고의가 있어야 운전으로 인정된다.
형사판례
시동이 꺼진 차를 브레이크 조작 등으로 움직였다 하더라도, 시동이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운전'으로 볼 수 없어 위험운전치상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형사판례
노상주차장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1m 정도 움직인 것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해당 상황에서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한 것은 음주측정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형사판례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차의 일부라도 도로에 진입하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처벌받습니다. 주차장에서 나오다가 횡단보도에 차 앞부분이 조금 걸쳤더라도 음주운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