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어음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하셨군요! A회사에 발행한 약속어음을 乙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와서 돈을 달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A회사 총무부장 甲이 회사 대표이사 도장을 몰래 찍어서 乙에게 돈 받고 넘긴 상황이라면 정말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침착하게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乙은 약속어음에 대한 권리가 있을까요?
배서란 어음 뒷면에 이름을 적어서 어음상의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을 말합니다. 이 경우처럼 배서가 위조되었다면, 원칙적으로 乙은 정당하게 권리를 넘겨받은 것이 아니므로 어음상 권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선의취득'이라는 제도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선의취득이란, 권리가 없는 사람으로부터 어떤 물건을 사더라도, 사는 사람이 그 사실을 몰랐고 알 수도 없었다면, 그 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을 말합니다. 놀랍게도 이 원칙은 약속어음에도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위조된 배서라도 선의로 취득한 사람은 어음상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93. 9. 24. 선고 93다32118 판결). 즉, 乙이 배서가 위조된 것을 몰랐고 알 수도 없었다면, 乙은 어음상 권리를 취득하게 됩니다. 여기서 '알 수도 없었다'는 것은 乙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乙이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어음을 샀다면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저는 乙에게 어음 금액을 지급해야 할까요?
만약 乙이 선의취득으로 어음상 권리를 갖게 되었다면, 원칙적으로 어음 발행인인 귀하는 乙에게 어음 금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귀하가 乙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입증한다면 지급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어음법 제17조, 제77조). 즉, 乙이 배서가 위조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음을 취득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3. A회사는 책임이 없을까요?
A회사 총무부장 甲이 회사 도장을 관리하고 있었다면, '표현대행'이라는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표현대행이란, 대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외부에 보여서 거래를 한 경우,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대리행위를 유효한 것으로 보는 제도입니다. 대법원은 업무상 회사 인장을 보관하던 직원이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어음 배서를 한 경우, 표현대행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1989. 3. 28. 선고 87다카2152 판결 참조). 따라서, 甲이 업무상 A회사 인장을 보관해왔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A회사는 마치 甲에게 배서할 권한을 준 것처럼 취급되어 어음상의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乙의 선의취득 여부, 그리고 귀하가 乙의 악의 또는 중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귀하의 지급 책임이 결정될 것입니다. 또한 A회사는 표현대행 법리에 따라 어음상의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와 상담하여 정확한 법률적 조언을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상담사례
어음 배서 위조 시, 위조된 배서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는 표현대리 성립 요건 부족으로 위조자나 배서된 이름의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민사판례
약속어음에 배서할 때 특정인을 받는 사람으로 지정했으면, 그 사람이 다시 배서해야만 다음 사람에게 권리가 넘어갑니다. 단순히 배서란에 이름만 쓴다고 권리가 넘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상담사례
약속어음에서 돈을 받을 권리는 어음에 적힌 이름(피배서인)을 따르므로, 돈을 빌려줄 때 본인 이름이 피배서인으로 기재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민사판례
회사 직원이 회사 명의로 약속어음 배서를 위조했는데, 어음을 할인받은 사람이 회사에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았다면, 그 사람에게도 큰 잘못이 있다고 본 판례입니다.
상담사례
경리부장이 사장 도장을 몰래 써서 발행한 약속어음의 경우, 어음 소지자가 진짜임을 먼저 증명해야 하지만, 도장 진위 여부가 확인되면 증명책임은 위조 주장 측으로 넘어간다.
상담사례
지급거절증서 작성 면제 특약이 있는 배서인은, 소지인이 지급거절증서 없이 지급을 요구하더라도 배서인에게 변제 책임을 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