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어음, 나 몰라라? 배서인의 책임은 어디까지?

약속어음이 뭔지, 배서가 뭔지 헷갈리시는 분들 많으시죠? 단순한 금전거래보다 복잡해 보이는 어음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오늘은 약속어음과 배서, 그리고 배서인의 책임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사례: A가 B에게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B는 C에게, C는 乙에게, 乙는 甲에게 차례로 어음을 넘겼습니다(배서양도). 이때 乙까지는 다음 사람에게 넘길 때 "지급거절증서 없어도 돼!"라고 말했지만(지급거절증서 작성 면제), 甲은 D에게 넘길 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음 만기일에 D가 돈을 받으러 갔지만(지급제시) 돈을 받지 못했고(지급거절), D는 甲에게 돈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甲은 D에게 돈을 주고 어음을 돌려받았습니다. 자, 여기서 질문! 甲은 乙에게 다시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재소구)?

해설: 어음을 넘기는 것을 배서라고 하고, 어음을 넘겨받은 사람이 돈을 못 받으면 이전 사람에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를 소구권이라고 합니다. 어음을 돌려받은 사람은 자기보다 앞서 어음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에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재소구라고 합니다 (어음법 제49조).

우리 사례에서 D가 돈을 못 받았을 때 원래대로라면 "지급거절증서"라는 문서를 만들어야 甲에게 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D는 지급거절증서 없이 甲에게 돈을 요구했고, 甲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여기서 乙은 "D가 지급거절증서도 없이 돈 달라고 했는데 왜 줬어? 난 돈 못 줘!"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런 경우에도 甲은 乙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90. 10. 26. 선고 90다카9435 판결). 乙은 甲에게 어음을 넘길 때 지급거절증서 없이도 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에, D가 지급거절증서가 없더라도 乙에게 직접 돈을 달라고 했다면 乙은 거절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甲이 D에게 돈을 준 것은 정당하고, 乙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결론: 약속어음은 복잡한 규칙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인 원칙을 이해하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음을 다룰 때는 관련 법규와 판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지급거절증서 면제"와 같은 특약이 있을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이번 사례처럼 지급거절증서 작성을 면제해 준 경우,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