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를 하다 보면 현금 대신 어음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음 만기일이 다가오는데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죠. 이럴 때 원래 계약했던 금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따로 진행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칙적으로는 안 됩니다.
어음은 일종의 '약속어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물건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면, 판매자는 만기일에 어음을 제시하고 그 금액을 받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를 "어음채권을 우선 행사한다"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어음이라는 약속을 먼저 지키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만약 어음이 부도가 나거나 지급이 거절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이때는 비로소 원래의 계약, 즉 "원인채권"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100만 원에 팔고 100만 원짜리 어음을 받았는데, 어음이 부도가 났다면, 원래 물건 판매 계약을 근거로 1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대법원 판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어음이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경우, 채권자는 어음채권을 우선 행사하고, 만족을 얻을 수 없을 때 비로소 원인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6. 11. 8. 선고 95다25060 판결). 또한, 원인채권을 행사하려면 어음을 채무자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음과 원인채권을 동시에 행사하여 이중으로 이득을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어음을 받았다면 어음이라는 약속이 먼저 지켜져야 하고, 그 약속이 깨졌을 때 비로소 원래 계약을 근거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물론 예외적인 상황도 있을 수 있으니,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상담사례
어음을 대금 대신 받았다면, 원래 돈(원인채권)을 청구하려면 어음 만기일까지 기다렸다가 어음(어음채권)으로 돈을 받지 못한 경우에만 소송이 가능합니다.
민사판례
어음을 받은 사람이 단순히 부주의해서 어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어음에 적힌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상담사례
어음 부도 시, 어음 지급 목적이 '지급'이면 원래 물건값 변제일이 아닌 어음 지급일 다음 날부터 지연이자 발생하며, 채권자는 물건값과 어음금 모두 청구 가능하고, 채무자는 어음 반환을 요구하며 동시이행을 주장하여 지연이자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상담사례
어음에서 지급거절증서를 면제받은 경우, 부도 발생 시 먼저 돈을 갚았더라도 면제해준 사람에게 재소구권을 행사하여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민사판례
약속어음의 만기일 전이라도 발행인의 파산 등 지급 불능 사유가 예상될 경우, 만기 전 소구가 가능하다. 만기 2일 전 지급 제시는 만기 전 소구 의사로 볼 수 있으므로, 법원은 이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민사판례
회생절차 개시 전에 회사가 부당하게 어음을 갚은 경우, 그 돈을 돌려받으면 어음에 대한 권리뿐 아니라 원래 물건값을 받을 권리도 되살아난다는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