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취재원에게 광고나 신문 구독을 요청하는 행위, 과연 정당한 업무일까요 아니면 협박일까요? 최근 지역 신문 발행인이 시정 비판 기사를 싣고 시에 광고를 요구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언론사의 광고 요청과 관련된 공갈죄, 그리고 명예훼손죄에 대한 법적 기준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공갈죄, 협박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협박'이 있어야 합니다. 협박이란 상대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을 방해할 정도로 겁을 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행위도 협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0조). 특히 직업이나 지위를 이용해서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협박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의 광고 요청, 언제 협박이 될까요?
언론사가 단순히 신문 구독이나 광고를 권유하는 행위 자체는 일반적인 업무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리한 기사를 빌미로 광고나 구독을 요구한다면 공갈죄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판단할 때, 요구하는 쪽과 받는 쪽의 관계, 언론사의 영향력, 요구의 의도, 기사 내용과 금품 요구 사이의 연관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도1852 판결).
이번 사건에서 지역 신문 발행인은 시정 비판 기사를 싣고 시에 광고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것만으로는 협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광고를 요구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고, 광고를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구체적인 언행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어떤 경우 성립할까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성립합니다 (형법 제309조 제2항). 여기서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표현 방법, 명예 침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형법 제309조 제1항, 제2항,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도329 판결).
이 사건에서 지역 신문 발행인은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시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관련 증거를 바탕으로 발행인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핵심 정리:
참고:
이번 판결은 언론의 자유와 책임 사이의 균형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언론은 공익을 위해 활동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형사판례
신문사 사주와 광고국장이 부실공사 관련 기사를 이용해 건설업체에 사과광고를 강요하고 과다한 광고료를 받아 공갈죄로 처벌받은 사례. 사전 모의가 없었더라도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면 공동범행으로 처벌될 수 있음.
형사판례
기자가 취재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겠다고 말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협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기자의 정당한 취재 활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
민사판례
언론사의 보도로 명예가 훼손되었을 때, 언론사 대표나 간부처럼 직접 기사를 쓰지 않은 사람도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도 제작 과정에 실제로 관여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민사판례
조선일보가 공정위 과장의 계좌에 다단계 업체 자금이 입금된 사실을 보도하면서, 마치 공정위 과장이 부정한 돈을 받은 것처럼 암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를 명령한 판결.
민사판례
조선일보가 광우병 관련 보도에서 한 교수의 회사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 교수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 대법원은 기사 내용이 일부 부정확하더라도 공익을 위한 것이고, 전체 맥락에서 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함.
민사판례
신문사가 변호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 사건을 보도하면서 변호사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고발 사건의 단순 경과를 보도한 기사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진실한 사실이므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