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예기획사 매니저를 사칭하여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고, 그 장면을 촬영한 피고인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와 촬영에 대한 동의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파기환송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판단이 달라졌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랜덤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15세 피해자에게 연예기획사 매니저와 사진작가를 사칭하며 접근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모델이 되기 위한 연기 연습 및 사진 촬영 연습이라며 성관계를 요구했고, 이에 속은 피해자는 여러 차례 성관계를 맺었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그 과정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쟁점 1: 위계에 의한 간음죄 성립 여부
원심은 피해자가 스스로 성관계를 결정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례에 따르면, 위계에 의한 간음죄는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기망뿐 아니라,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간음행위와 결부된 대가에 대한 기망도 포함됩니다. 즉, 피해자가 기망에 의해 왜곡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했다면, 그 기망이 성행위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성관계를 하면 모델로 데뷔시켜 주겠다"는 거짓말로 피해자를 속였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어리고 사회 경험이 부족하며, 부모와의 갈등과 정신적 불안정을 겪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기망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자발적인 성관계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 법 조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
쟁점 2: 촬영에 대한 동의 여부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원심은 피해자가 촬영을 예상했고 거부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의 입법 취지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보호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8447 판결, 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8도13122 판결 참조)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기망에 의해 촬영에 응했다면, 이는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동의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기망행위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촬영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결론
대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관련 법 조항: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298조) 이 판결은 위계에 의한 간음죄와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성립 범위를 명확히 하고,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를 강화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형사판례
미성년자에게 거짓말을 해서 성관계를 맺은 경우, 미성년자가 동의했더라도 위계에 의한 간음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거짓말의 내용이 성관계 자체에 대한 것이어야만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지만, 이 판례를 통해 그 기준이 변경되었습니다. 이제는 성관계를 하게 된 동기에 대한 거짓말도 위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
돈을 빌려주고 갚지 못하면 성관계로 대신하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미성년자에 대한 위력에 의한 간음죄 미수에 해당한다. 단순히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만으로는 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돈을 빌려준 후 변제를 강요하면서 성관계를 요구하는 경우, 미성년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위력으로 볼 수 있다.
형사판례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에게 먹을 것을 사주겠다며 접근하여 모텔로 데려가 간음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인정하였습니다.
형사판례
미성년자를 꾀어내어 자신의 지배하에 두었다고 보기 어려워 미성년자 유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형사판례
'결혼을 약속했으니 성관계를 갖자'와 같이 거짓말로 속여서 성관계를 갖는 행위를 처벌하는 위계간음죄가 폐지되어 이제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과거에 위계간음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을 해야 합니다.
형사판례
미성년자를 상대로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하여 간음한 경우, 폭행·협박을 사용한 강간죄와 같은 처벌을 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처벌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