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5.10.13

민사판례

오토바이 사고와 전봇대 책임,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밤길 오토바이 운전 중 전봇대에 충돌하여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유족들은 도로변에 위치한 전봇대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며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도로 가장자리에 가까이 설치된 전봇대에 야간 식별 표지가 없었던 점을 들어 한국전력공사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어떤 이유였을까요?

사고 당시 상황은?

피해자는 밤 9시경 오토바이를 타고 폭 3m 정도의 좌회전 커브길을 지나던 중,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서 약 1m 떨어진 곳에 설치된 전봇대에 충돌하여 사망했습니다.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도로였고, 전봇대에는 야광 표지판 등 안전 시설이 없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한국전력공사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어두운 밤, 커브길에 가까이 설치된 전봇대는 운전자에게 예측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될 수 있고, 한국전력공사는 사고 방지를 위해 전봇대에 야광표지판 등을 설치했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고 한국전력공사의 책임을 부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도로를 벗어나 갓길이나 밭두렁까지 진입하여 1m나 떨어진 전봇대에 충돌할 것을 예상하여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할 의무까지 한국전력공사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사고 발생 지점의 도로 상황을 잘 알고 있던 피해자가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고 과속으로 커브길을 돌다가 도로를 이탈하여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사고의 주된 원인은 피해자의 과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법적 근거 (민법 제758조)

이 사건의 핵심은 민법 제758조 공작물 책임입니다. 이 조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전봇대 자체의 설치·보존에는 문제가 없었고, 사고 발생을 예견하여 추가적인 안전 조치를 해야 할 의무까지 한국전력공사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참고 판례

  • 대법원 1988.10.24. 선고 87다카827 판결
  • 대법원 1992.10.27. 선고 92다21050 판결

이 판례는 공작물 설치·보존의 하자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공작물 점유자의 예견 가능성과 주의의무의 범위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작물이 사고 발생 장소에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사고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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