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8.06.18

형사판례

외국환관리규정, 너무 넓고 모호해서 무효!

외국환거래, 즉 우리나라 돈과 외국 돈 사이의 거래는 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규제가 너무 모호해서 무효가 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바로 '도박 등 불법적인 행위와 관련된 외화 거래를 금지하는 규정' 이야기입니다.

어떤 규정이 문제였나요?

외국환관리규정(재정경제원고시 제1996-13호) 제6-15조의4 제2호 (나)목에는 "도박, 기타 범죄 등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와 관련된 지급 등"을 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도박이나 다른 범죄처럼 사회적으로 나쁜 행위에 돈을 쓰려면 허가를 받으라는 뜻입니다. 허가 없이 이런 거래를 하면 외국환관리법 제30조 제7호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었습니다.

뭐가 문제였길래 무효가 되었나요?

대법원은 이 규정이 너무 모호하고 광범위해서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라는 표현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어떤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일반 사람들이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죄를 짓는 행위는 법에 명확하게 적혀 있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죠.

쉽게 예를 들어볼까요? 외국에 있는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돈을 보내는 것도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할까요? 규정만 봐서는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모호한 규정으로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또한, 이 규정은 상위법인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과 외국환관리법시행령 제26조에서 정한 규제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하위 규정이 상위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난 위임입법의 한계 위반이라는 것이죠.

이 판결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 판결은 법률, 특히 처벌과 관련된 법률은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국민들은 어떤 행위가 불법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고, 부당한 처벌을 받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조판례: 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도1516 판결, 대법원 1991. 10. 22. 선고 91도1617 판결)

이 사건은 비자 브로커와 관련된 사건이었는데, 위조된 초청장을 이용해 비자를 발급받아 주고 돈을 받은 피고인에게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되었지만,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부분입니다. (외국환관리규정 제6-2조 제1항 참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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