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돈을 함부로 쓰거나 마음대로 처리하면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만약 회사 돈을 직접 가져가거나 쓰지 않고, 단지 전산상으로만 회사 돈이 줄어든 것처럼 조작했다면 어떨까요? 이것도 배임죄에 해당할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 흥미로운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어떤 회사의 영업팀장이 체인점들의 외상대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전산 조작을 했습니다. 체인점이 다른 체인점으로 상품을 보내는 '전매출고'와 다른 체인점에서 상품을 받는 '전매입고'는 서로 상계되어야 하는데, 이 팀장은 체인점들이 실제로 상품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전매출고 기록을 입력했습니다. 그리고 전산기획팀장, 전산파트장과 공모하여 전매입고 기록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전산상 회사의 외상대금채권이 줄어든 것처럼 조작했습니다.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법원은 이 팀장의 행위가 회사의 외상매출금 채권을 감소시킬 우려를 발생시켰고, 이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손해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본인(회사)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할 뿐만 아니라,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위험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누군가 이득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영업팀장의 전산 조작 행위만으로는 회사의 외상대금채권이 바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산 기록 외에 전표나 매출원장 등 다른 자료를 통해 채권의 존재와 금액을 확인할 수 있고, 삭제된 전매입고 금액도 기술적으로 복구할 수 있다면 회사는 실질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체인점 점주들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원심 법원이 전산 조작으로 외상대금채권이 자동 차감된다는 사실만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산 기록 외에 다른 증거를 통해 실제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는지, 누군가 이득을 취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결론
이 판례는 단순히 전산상의 조작만으로는 배임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실제 손해 발생 및 이익 취득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중요한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
농협 직원들이 담보도 없이 과도한 외상 거래를 해서 농협에 손해를 끼친 사건에서, 대법원은 직원들의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했습니다. 손해액은 실제 손해가 발생한 금액이 아니라 외상으로 판매한 전체 금액으로 계산해야 하고, 보조 직원도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판례
회사에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회사 재산에 손해가 발생할 위험을 초래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법률적으로 무효인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손해 발생 위험이 있어야 한다.
형사판례
농협 임원들이 부당하게 컨설팅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급하여 농협에 손해를 끼친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 경영상 판단이라도 법령이나 계약, 신의성실에 위배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
형사판례
회사 직원이 회사의 승인 없이 고객에게 할인을 제공한 경우, 회사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손해 발생 위험"이 있어야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판례. 단순히 손해 발생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
형사판례
금융기관 직원들이 담보 없이 부실 대출을 해준 경우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배임죄의 고의 입증 방법, 그리고 회사 경영 악화로 선원 퇴직금을 미지급한 경우 선원법 위반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
형사판례
이 판례는 기업 경영자가 사업상 내린 판단이 잘못되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단순히 손해 발생만으로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고의**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와 **횡령행위**는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