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0.03.23

민사판례

위조된 약속어음과 보증의 범위

친구나 지인이 돈을 빌려준 후 갚지 않아 곤란했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을 쓰거나, 보증인을 세우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받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채권을 확보하는데요, 오늘 소개할 사례는 보증과 위조된 약속어음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사기를 당해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기꾼은 원고에게 돈을 갚겠다고 약속하며 지인인 피고를 보증인으로 세웠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겠다고 약속했죠. 그런데 사기꾼은 피고에게 받은 근저당 설정용 인감도장을 이용하여 피고 명의의 약속어음까지 발행해 버렸습니다. 피고는 약속어음 발행에 동의한 적이 없었죠. 이에 원고는 약속어음에 따라 피고에게 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위조된 약속어음에 대해서도 민법상 표현대리 규정(민법 제126조)을 유추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가 사기꾼에게 약속어음 발행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위조된 약속어음의 경우에도 제3자가 어음행위를 실제로 한 자에게 그와 같은 어음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사유가 있고, 본인에게 책임을 질 만한 사유가 있다면 민법상 표현대리 규정을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69. 9. 30. 선고 69다96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사기꾼에게 약속어음 발행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근저당권 설정만을 약속했을 뿐, 약속어음 발행에 대해서는 동의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원고는 사기꾼의 약속어음 발행 권한에 대해 피고에게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사기꾼의 위조된 약속어음에 대한 책임을 피고에게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결론

이 사건은 타인의 인감도장을 함부로 사용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채권자는 채무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신중하게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단순히 보증을 약속받았다고 해서, 보증의 범위를 멋대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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