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2.08.18

민사판례

유령 주주총회와 회사의 책임, 그리고 영업중단과 재산처분

주식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주주총회의 결의가 회사의 존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만약 주주총회가 제대로 열리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거짓으로 의사록을 만들어 회사의 중요한 재산을 처분해버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회사의 대주주였던 A는 회사가 부도가 난 후, 다른 주주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주주총회 의사록을 조작했습니다. 이 거짓 의사록을 통해 A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회사의 중요한 부동산과 동산을 팔아넘겼습니다. 나중에 진짜 대표이사 B는 이 사실을 알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가 만든 주주총회 결의는 **'부존재'**라고 판단했습니다. 주주총회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소집되어야 하고, 의사록 역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작성되어야 합니다. A처럼 몰래 허위로 의사록을 만드는 것은 주주총회가 열린 적도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법 제380조, 제190조)

그렇다면 A가 멋대로 팔아넘긴 회사 재산은 어떻게 될까요? 원칙적으로는 회사와 거래한 제3자는 보호받습니다. 회사 내부의 문제 때문에 선의의 제3자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 사건처럼 대주주 A가 마음대로 의사록을 조작한 경우, 이를 회사의 행위로 볼 수 있을까요? 법원은 A가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대주주였기 때문에, A의 행위에는 회사의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회사가 A의 행위를 묵인한 것과 같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법원 1992.8.18. 선고 91다39924 판결)

또한, 회사의 중요한 영업용 재산을 처분할 때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필요합니다. (상법 제374조 제1호) 회사가 부도가 나서 영업을 중단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일시적인 어려움 때문에 영업을 멈춘 것이라면 여전히 특별결의가 필요합니다. 영업의 '중단'이란 영업을 완전히 포기하고 폐업에 준하는 상태를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회사가 부도가 난 후에도 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영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특별결의 없이 재산을 처분한 것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85.6.11. 선고 84다카963 판결, 1988.4.12. 선고 87다카1662 판결)

결론

이 판례는 주주총회의 절차적 정당성과 회사 재산 처분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대주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마음대로 운영하는 것을 막고, 회사와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사례입니다. 또한, 회사의 영업용 재산 처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과 '영업 중단'의 의미를 명확히 함으로써, 관련 법규의 해석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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