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2.12.22

형사판례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의붓딸, 정당방위는 인정될까?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오랜 기간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온 의붓딸이 결국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입니다. 의붓딸은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번 판결을 통해 정당방위의 의미와 성립 요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 A(의붓딸)는 어린 시절부터 의붓아버지인 피해자 C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해왔습니다. 견디다 못한 A는 남자친구 D와 공모하여 C를 살해하기로 계획했습니다. A는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후, C가 술에 취해 잠든 틈을 타 식칼로 심장을 찔러 살해했습니다. 이후 강도 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현장을 어지럽히고 D의 몸을 묶는 등 치밀하게 증거를 조작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A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며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쟁점: 정당방위의 성립 여부

A는 오랜 기간 성폭행을 당해왔고, 추가적인 범행의 위험도 있었기에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의 행위가 정당방위의 요건인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당방위란 무엇일까요?

형법 제21조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현재의 부당한 침해: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침해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 방위행위: 침해를 막기 위한 행위여야 합니다. 공격을 위한 행위는 안 됩니다.
  • 상당성: 방위행위는 침해의 정도에 비례해야 합니다. 과도한 방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A가 C를 살해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C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A가 장기간 성폭행을 당해왔다는 점은 참작할 만한 사정이지만, 계획적이고 잔혹한 살해 방법은 정당방위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66.3.15. 선고 66도63 판결], [1984.6.12. 선고 84도683 판결] 참조)

심신장애 주장에 대한 판단

A는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A가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심신장애 여부는 전문가 의견뿐 아니라, 법원이 기록과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 ([대법원 1987.10.13. 선고 87도1240 판결], [1990.11.27. 선고 90도2210 판결], [1991.9.13. 선고 91도1473 판결] 참조)에 따른 판단입니다.

결론

이 사건은 장기간의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한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계획적이고 잔혹한 살해 행위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정당방위의 요건과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관련 법조항: 형법 제10조, 제21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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