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7.09.12

민사판례

이미 갚은 빚, 또 받으려는 건 너무하잖아요! - 권리남용과 청구이의의 소

돈을 빌려주고 못 받는다는 건 정말 속상한 일이죠. 하지만 빌린 돈을 다 갚았는데도 계속 갚으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바로 이런 상황, 즉 이미 소멸한 채무에 대해 확정판결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건의 개요

한 회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서 여러 명이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회사가 부도가 나자 은행은 연대보증인들에게 돈을 갚으라며 소송을 걸었고,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소송 중에 이미 다른 보증인들이 돈을 갚거나 담보물을 처분해서 채무의 상당 부분이 변제된 상태였습니다. 나머지 금액도 나중에 모두 변제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은행은 확정판결을 근거로 한 보증인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시도했습니다.

쟁점

이미 변제된 채무에 대한 확정판결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하는 것이 정당한 권리 행사일까요, 아니면 권리남용일까요?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은행의 강제집행 시도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무조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권리 행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야 하고,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권리남용으로 인정되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은행이 소송 중 변제 사실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전액 지급 판결을 받은 것을 이용해 이중으로 돈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게다가 이미 다른 보증인들의 변제와 담보 처분으로 상당한 손해를 본 보증인에게 다시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은행의 강제집행 시도를 권리남용으로 보고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2조 (신의성실)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 민사소송법 제505조 (청구이의의 소) 집행권원에 표시된 청구권이 변제 기타 사유로 소멸한 경우 채무자는 그 집행권원이 강제집행에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
  • 대법원 1984. 7. 24. 선고 84다카572 판결: 확정판결에 의한 권리라 하더라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행사되어야 하고 그 판결에 기한 집행이 권리남용이 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으므로 집행채무자는 청구이의의 소에 의하여 그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

결론

이 판례는 확정판결이라도 권리남용에 해당하면 그 집행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법이 정의와 공정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상식과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권리 행사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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