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빌려 쓰는 임차인이 건물주(임대인) 허락 하에 리모델링이나 수리를 하면, 그 비용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누가 내야 할까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공사를 해준 셈이니 임대인이 부가가치세를 내야 할 것 같기도 한데, 과연 그럴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어떤 회사(임차인)가 백화점 건물을 빌려 의류 전문 백화점으로 바꾸려고 대대적인 공사를 했습니다. 바닥, 계단, 에스컬레이터, 냉난방 시설까지 건물 가치를 올리는 자본적 지출을 했죠. 세무서는 이 공사가 임대인에게 용역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습니다. 임차인은 "내가 내 돈 들여 공사했는데 왜 부가가치세를 내느냐?"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건물을 개·보수한 경우, 이를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용역의 공급'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임차인이 한 공사가 임대인의 수선의무 범위에 들어가는지, 그리고 공사 결과물이 건물과 별개의 물건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임차인의 개·보수 공사가 무조건 임대인에게 용역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부가가치세법 제1조 제1항, 제3항, 제7조 제1항) 단순히 공사가 '자본적 지출'이라는 이유만으로 부가가치세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이죠.
법원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임대인의 수선의무: 임대인은 건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민법 제623조). 임차인의 공사가 임대인이 해야 할 수선의무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면, 임차인이 임대인 대신 공사를 해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 안전을 위한 보강공사는 임대인의 수선의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순히 임차인의 편의를 위한 공사라면 임대인의 수선의무로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34708 판결)
공사 결과물의 귀속: 공사 결과물이 건물과 일체가 되어 임대인 소유가 되는 경우에만 임대인에게 용역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공사 결과물이 건물과 분리 가능하고 임차인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면, 임대인에게 용역을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발전기 설치는 건물과 분리 가능하므로 임대인 소유가 아닐 수 있습니다.
결론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심이 위의 두 가지 기준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단순히 '자본적 지출'이라는 이유로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은 임차인의 개·보수 공사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불필요한 세금 부담을 피하도록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민사판례
건축공사를 한 업체(수급인)가 부가가치세를 냈다면, 발주한 업체(도급인)에게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세무판례
수년간 임대 사업을 하던 건물주가 임대업을 폐업하고 바로 건물을 팔았을 때 부가가치세를 내야 할까요? -> 아니요.
세무판례
임대차 계약이 끝났더라도 임차인이 건물을 계속 사용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임대료를 공제하는 경우, 이는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용역의 공급으로 본다는 판결입니다. 즉, 계약 종료 후의 무단 점유도 임대 용역으로 간주됩니다.
세무판례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었더라도 임차인이 건물을 계속 사용하고 임대인이 임대보증금에서 임료를 공제한다면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된다. 또한, 연체 임료를 임대보증금에서 공제하는 경우, 남은 보증금을 기준으로 부가가치세를 계산해야 한다.
민사판례
사업자가 공사 하자 보수를 받을 때, 하자보수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까지 수급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례입니다. 결론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부가가치세는 매입세액 공제 대상이므로 수급인에게 청구할 수 없습니다.
세무판례
다른 회사의 명의만 빌려 일회성으로 용역을 제공한 경우, 사업자로 보지 않아 부가가치세 납세 의무가 없다는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