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잘못 적었다고 재판도 못 받게 할 순 없다!

피고인이 주소를 잘못 적어서 법원의 통지서를 못 받았다면, 법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못 받은 걸로 치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오늘 살펴볼 판례는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고, 1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하였는데, 법원에 제출한 주소변경신청서에 주소를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법원의 소환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소환장이 두 번이나 반송되자, 피고인에게 통지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공시송달(법원 게시판 등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소송 관련 서류를 전달하는 것)로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은 재판에 참여하지 못한 채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피고인이 주소를 잘못 기재한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의 항소장 제출 통지서와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 항소이유서 부본은 피고인의 실제 거주지로 제대로 송달되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즉, 법원은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인의 실제 거주지를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소환장이 반송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시송달을 결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을 근거로, 피고인의 주거가 불분명한 경우에만 공시송달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처럼 피고인의 실제 주소를 알 수 있었음에도 공시송달을 한 것은 위법이며, 이러한 위법한 공시송달에 따라 진행된 재판 역시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65조 참조) 피고인에게는 재판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관련 판례

이 판례는 공시송달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유사한 판례로는 대법원 1988.11.8. 선고 88도1642 판결, 대법원 1990.9.25. 선고 90도922 판결, 대법원 1991.1.25. 자 90모70 결정, 대법원 1971.5.31. 선고 71도394 판결, 대법원 1988.12.27. 선고 88도419 판결 등이 있습니다.

결론

이번 판례는 비록 피고인의 사소한 실수가 있었더라도, 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주소를 잘못 기재했다고 해서 재판받을 권리까지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하지만 중요한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