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녹사평역 근처 지하수에서 기름이 검출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기름은 주한미군 기지에서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서울시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공방 끝에 승소했습니다. 이 판결은 공해소송에서의 입증책임과 한미행정협정(SOFA)의 해석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공해소송, 입증 책임은 누구에게?
일반적인 불법행위 소송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해소송은 다릅니다. 공해는 오염물질이 대기나 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고, 과학적으로 명확한 인과관계 규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약 피해자에게 모든 입증 책임을 지운다면, 사실상 피해 구제가 불가능해집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공해소송에서는 가해 기업이 유해물질을 배출하고 그 물질이 피해 지역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했다면, 가해 기업이 오염물질이 무해함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민사소송법 제288조, 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다2692 판결,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0다65666, 65673 판결,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3다2123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주한미군 기지 내부 지하수 흐름, 기름 성분 분석, 주한미군의 기름 탱크 교체 사실 등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하여 주한미군의 유류 유출과 녹사평역 지하수 오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SOFA 협정, 대한민국은 면책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정부는 한미행정협정(SOFA) 제5조 제2항을 근거로 주한미군의 시설 사용과 관련된 제3자의 청구에 대해 면책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조항은 대한민국이 주한미군에 시설을 제공하고, 미군이 이 시설을 사용함에 있어 제3자의 청구로부터 해를 입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조항이 대한민국과 미국 간의 내부적인 합의일 뿐, 주한미군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대한민국이 면책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제5조 제2항, 제23조 제5항, 제6항 참조)
즉, SOFA 협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한미군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해 대한민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은 공해 발생 시 원인자의 입증 책임을 강화하고, SOFA 협정에 대한 해석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여 환경 피해 구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또한, 국가 간 협정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 권리 보호가 우선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담사례
공해 소송에서 피해자는 피해 사실과 공해 발생 사실을 입증하면, 기업이 오염 물질의 무해함을 입증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입증 책임이 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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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한국노무단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무자가 공무 중 다쳤을 때,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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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차량 사고 발생 시, 미군 공무 중 사고라면 한국 정부에 배상 신청(지구배상심의회 → 재심(필요시) → 소송)을, 공무 외 사고라면 미국 측 보상 또는 한국 법원 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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