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9.05.10

일반행정판례

중소기업 확인서와 레미콘 납품, 그리고 대기업 자산 임대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요?

오늘은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레미콘 업계에서 대기업의 자산을 임대하여 사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들이 겪었던 법적 분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발단:

여러 중소 레미콘 회사들이 대기업 소유의 생산설비를 빌려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아 공공기관의 레미콘 납품 입찰에 참여해왔습니다. 조달청은 레미콘 연간 단가계약 입찰 공고를 내면서 "중소기업 지원 법률에 위반하는 기업은 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계약 후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계약을 해지하고 납품 물량을 회수한다"는 조건을 명시했습니다.

문제는 중소기업청이 이 회사들에게 발급한 중소기업 확인서에 '참여제한 문구'가 기재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확인한 조달청은 해당 회사들에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 참여가 제한된 기업이라면 레미콘 물량 배정을 중지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쟁점 1: 조달청의 통보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까?

핵심은 조달청의 통보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통보가 단순한 계약상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기관의 장인 조달청장이 법률에 따라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이 통보로 인해 해당 회사들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이 발생했기 때문에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쟁점 2: 이미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는데 소송을 제기할 이익이 있을까?

계약기간은 이미 만료되었지만, 대법원은 동일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소송을 제기할 이익을 인정했습니다.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향후 유사한 분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소송의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두13203 판결 참조 / 행정소송법 제12조)

쟁점 3: 대기업 자산 임대를 이유로 중소기업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일까?

대법원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과도한 자산을 대여받는 경우, 형식적으로는 중소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기업과 유사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어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대기업 자산 임대를 이유로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중소기업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한 합리적인 조치이며, 영업의 자유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 제11조 제1항, 제15조, 구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1항 제2호,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의3 제2호 (다)목)

결론:

이 판례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실효성 확보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단순히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았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지원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준을 통해 정책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또한, 행정기관의 통보 행위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례이기도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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