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는 법원 재판 대신 중재인의 판정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당사자 간의 자율성이 중요시되는 영역이죠. 최근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5. 11. 선고 2022다222575 판결)에서도 이러한 중재의 특수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었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이하 신청인)은 아산상선(이하 피신청인)을 상대로 중재인 선정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피신청인은 "나랑 신청인 사이에는 중재합의가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죠. 즉, 애초에 중재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법원이 중재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중재인 선정 신청을 기각할 수 있는지, 둘째, 중재합의 존재 여부를 다루는 것이 특별항고 사유가 되는지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명확했습니다. 중재는 신속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중재법 제1조), 중재인 선정 단계에서부터 중재합의의 존부를 따져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일단 중재인을 선정해야 하고, 중재합의가 없다는 주장은 중재판정부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죠. (중재법 제17조, 제36조, 제37조, 제38조) 중재합의가 진짜로 없다면, 구성된 중재판정부에서 그렇게 판단할 것이고, 중재 절차는 그 단계에서 종료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중재인 선정 결정에 대한 불복을 막기 위해 특별항고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중재법 제12조 제5항), 중재합의 존부는 이러한 특별항고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49조 제1항). 즉, 중재합의 유무를 이유로 중재인 선정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번 판결은 대법원 2009. 10. 14. 자 2009마1395 결정, 대법원 2011. 6. 22. 자 2011그82 결정 등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중재의 신속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중재절차 내에서 분쟁을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중재를 활용하는 분쟁 당사자라면, 이번 판결의 의미를 잘 새겨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중재법 제1조, 제3조 제1호, 제6조, 제8조, 제12조, 제13조, 제14조, 제15조, 제17조, 제27조, 제36조, 제37조, 제38조 등 관련 조문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민사판례
중재 합의가 있다면 법원은 분쟁 내용의 타당성을 판단하지 않고 중재인을 선정해야 한다.
민사판례
중재합의가 없거나 무효라고 주장하며 중재절차를 법원의 가처분으로 중단시킬 수는 없습니다. 중재절차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원의 개입은 중재법에서 정한 경우로 제한됩니다.
민사판례
계약서에 명시된 중재인 선정 방식과 다르게 중재인이 선정되었더라도, 당사자들이 중재 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진행했다면 나중에 중재 판정을 취소할 수 없다.
민사판례
중재판정에 이유가 없거나 불명확하여 판단 근거를 알 수 없을 때, 또는 이유에 모순이 있을 때에만 취소 사유가 됩니다. 단순히 판단이 부당하거나 불완전한 것은 취소 사유가 아닙니다.
민사판례
중재인이 스스로 권한이 없다고 판단하여 중재신청을 각하한 경우, 그 판정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민사판례
중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더라도, 그 절차를 바로 중단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은 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중재판정이 나온 후에 그 판정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