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5.09.05

민사판례

지입차 보증, 내가 서명도 안 했는데 왜 내 책임? - 표현대리의 함정

오늘은 지입차량 리스와 관련된 보증 문제로 억울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위해 실제 있었던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복잡한 법률 용어는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드릴게요.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갑'이라는 사람이 지입회사를 통해 덤프트럭을 리스하려고 했습니다. 리스하려면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갑'은 친구 '병'에게 보증을 부탁했고, '병'은 '갑'을 위해 인감증명서를 써줬습니다. 그런데 지입회사가 실수로 '갑'의 서류를 '을'의 리스 계약에 사용해버린 겁니다. '을'도 같은 지입회사를 통해 덤프트럭을 리스하려던 사람이었죠. 결국, '병'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을'의 리스 계약에 대한 보증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황당하죠? 나는 '갑'의 보증을 서주기로 했는데, 어쩌다 '을'의 보증인이 된 걸까요? 여기서 **'표현대리'**라는 법률 개념이 등장합니다.

쉽게 말해서, 표현대리란 대리권이 없는데도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해서 상대방이 그 사람을 대리인으로 믿게 만든 경우, 진짜 대리인처럼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지입회사가 '병'의 인감증명서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마치 '병'이 '을'의 보증을 서도록 허락한 것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보증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지입회사가 '병'의 대리인처럼 행동했고, '병'이 '을'의 보증을 서는 데 동의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거죠.

법원은 이를 표현대리로 보고 '병'에게 보증 책임을 지도록 판결했습니다. (민법 제126조) 억울해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병'이 지입회사에 '갑'의 보증을 위한 권한을 주었고, 지입회사가 그 권한 범위를 넘어 '을'의 보증에 사용했더라도, 보증보험회사는 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병'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판례들이 대법원 1991.4.23. 선고 90다16009 판결, 1991.12.27. 선고 91다30668 판결, 1992.10.13. 선고 92다31781 판결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감증명서와 같은 중요한 서류는 용도를 명확하게 기재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맡겨야 합니다. '표현대리'라는 법적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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