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사연, 들어보셨나요?
친구에게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등을 맡겼는데, 그 친구가 내 이름으로 몰래 보증을 서버린 겁니다! 저는 보증 선 사실도 몰랐는데 빚을 갚으라니... 너무 억울하잖아요! 친구 잘못만 있는 거 아닌가요? 제 책임은 없는 건가요?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이런 경우, 법은 '표현대리'라는 개념을 적용합니다. 내가 직접 계약한 건 아니지만, 마치 내가 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만들어 상대방이 착각하게 만든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는 거죠. 쉽게 말해, 내 친구가 내 대리인인 것처럼 행동할 수 있게끔 내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등 중요한 서류를 친구에게 맡긴 행위가 친구가 마치 나의 대리인인 것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보증보험회사)은 내 친구가 진짜 내 대리인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민법 제126조 참조)
그럼 저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하나요? 상대방의 과실은 없나요?
안타깝게도, 표현대리가 성립되면 상대방에게 과실이 있더라도 본인(인감 등을 맡긴 사람)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합니다. 상대방의 과실을 따져서 내 책임을 줄여주는 '과실상계'(민법 제396조 참조)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상대방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책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억울하지만, 교훈을 얻어야겠죠?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등 중요한 서류는 절대 타인에게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잠깐의 편의를 위해 소중한 재산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생활법률
대리인 통해 보증(대리 보증) 시, 대리권 없으면 무효지만 표현대리(대리권 준 것처럼 보이고 본인 책임 있을 경우) 성립 시 유효하므로 인감도장 관리 철저 및 대리권 범위 명확히 해야 본인 모르게 빚지는 상황 피할 수 있다.
민사판례
차 할부금 보증을 위해 백지 위임장과 인감도장을 지인에게 맡겼다가, 지인이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의 차량 구매에 보증을 서도록 한 경우에도 보증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
상담사례
아내가 남편 몰래 인감을 사용해 친정 오빠의 빚보증을 섰더라도, 남편이 대리권을 준 적 없고 인감증명서 용도도 불명확하다면 남편은 보증 책임을 지지 않는다. (표현대리 불성립)
민사판례
딸이 아버지에게 은행 대출용으로 받은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데 사용하고 아버지를 보증인으로 내세웠을 때, 아버지는 원래 허락한 금액 범위 내에서는 보증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
민사판례
이혼한 전 남편이 전 부인 몰래 부동산 처분용으로 받았던 인감도장과 위조한 인감증명서를 이용하여 전 부인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웠는데, 법원은 전 부인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민사판례
친한 친구에게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보증 목적으로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맡겼다가, 친구가 이를 이용해 3천만원을 빌리고 잠적한 사건에서, 법원은 돈을 빌려준 사람이 친구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인감을 맡긴 사람에게 빚을 갚을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표현대리 책임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