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인 척 행세한 관리인, 아파트 팔았다면…? 매매는 유효할까요?

가끔 드라마에서 집주인 행세를 하는 사기꾼 이야기, 보신 적 있으시죠?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집주인이 관리인에게 집 관리를 맡겼는데, 그 관리인이 집주인인 척하고 집을 팔아버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이런  까다로운 상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乙(집주인)는 甲(관리인)에게 아파트 임대 등 모든 관리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甲은 이 권한으로 자신이 집주인인 것처럼 아파트를 임대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甲은 더 나아가 자신을 乙로 속이고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해버렸습니다. 이 매매는 과연 유효할까요?

핵심 쟁점: 표현대리

이 사례의 핵심은 바로 '표현대리'입니다.  민법 제126조는 대리인이 권한 밖의 일을 했더라도, 상대방(제3자)이 그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본인(집주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일반적으로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나는 대리인입니다'라고 밝히거나 넌지시 알리면서 권한 밖의 일을 할 때 성립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례처럼 대리인이 아예 본인인 척 속여서 계약한 경우에는 보통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판례의 태도: 예외적인 표현대리 인정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표현대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집주인이 관리인에게 임대 권한까지 줬다면, 제3자 입장에서는 관리인이 집주인인 줄 착각할 만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죠. 따라서 관리인이 집주인 행세를 하며 집을 팔았더라도, 집주인은 그 매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52436 판결)

결론:

관리인에게 임대 권한처럼 폭넓은 권한을 주었다면, 관리인의 사기 행각에 대해 집주인도 책임을 져야 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은 관리 권한을 줄 때 신중해야 하고, 제3자도 거래 상대방이 진짜 집주인인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