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신탁회사의 소송비용, 누가 부담해야 할까?

신탁회사가 파산하면 그 회사와 관련된 모든 채권, 채무 관계가 복잡해집니다. 특히 신탁회사가 소송을 진행하다 파산한 경우, 소송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씨는 자신의 땅에 공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B신탁회사에 땅을 신탁했습니다. 그런데 B신탁회사는 사업 진행 중 자금난으로 사업을 중단하고 결국 파산했습니다. B신탁회사의 파산관재인은 A씨에게 신탁사무처리비용 20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습니다. 이에 A씨는 파산관재인에게 소송비용 3,615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쟁점

A씨가 파산관재인에게 청구한 소송비용은 재단채권에 해당할까요? 재단채권이란 파산절차의 진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채권으로, 파산재단에서 최우선적으로 변제됩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소송비용 청구권을 재단채권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파산관재인이 신탁재산의 관리자로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A씨의 소송비용 청구권을 재단채권으로 인정했습니다. 파산관재인이 제기한 소송은 신탁재산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B신탁회사의 고유재산인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을 회수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므로, 그 결과 발생한 소송비용은 재단채권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33456 판결)

관련 법 조항

• (구)파산법 제38조 제4호: 파산재단에 관하여 파산관재인이 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은 재단채권으로 한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73조 제4호 참조)
• 신탁법 제42조: 수탁자는 신탁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필요비, 유익비 기타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 신탁법 제43조: 수탁자는 신탁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

결론

파산한 신탁회사의 파산관재인이 소송을 제기하여 패소한 경우, 상대방이 파산관재인에게 청구하는 소송비용은 재단채권에 해당합니다. 이는 파산관재인이 파산재단의 이익을 위해 소송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고유재산을 회수하기 위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 판례는 파산절차에서 신탁재산과 관련된 소송비용 부담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